박 경 원

강이 되려했던 사랑도 지워지고 있습니다

교회의 첨탑이 되려했던 사랑도

저녁의 노을만 몰아내며 지워지고 있습니다

그 아래 누군가 내동댕이친

저녁의 약속을 먼 옛날의 예감처럼 주워서는

흙을 털고 표지를 닦아내는

한사람이 있습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

그가 떠나자 새로운 방황을 모의라도 하듯

몇 명의 늙고 어두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인간은 강처럼 넓게 품어주는 사랑, 첨탑처럼 고고하고 우러러볼 수 있는 사랑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강물도 첨탑도 저녁노을 속에서 어둠 속으로 지워지는 것이다. 시인은 그 빈자리에 변함없는 사랑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 그것은 절대자인 신의 모습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