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곳곳서 반대 이어 험로 예고
김태일 위원장 “5단계 관문형 공론화 특성상 단계별 넘어가야”
시장·도지사에 쓴소리 “신중치 못한 즉각적 대응, 합리성 저해”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이 험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국회의원과 일부 기초자치단체, 시민단체의 통합 반대에 이어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도 ‘단계적 검토’를 밝히고 나섰다. 이에 따라,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 논의는 사실상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공론화위원회는 행정통합의 조건으로 ‘시·도민의 합의’를 꼽았다. 그러면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의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2면>

9일 김태일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장은 “시·도민들의 여론적 지지가 없으면 다음 단계를 진행하지 않는 관문형 방식이다. 반대하는 시·도민이 많다면 주민투표를 진행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구 수성호텔에서 열린 대구·경북중견언론인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 과정이 총 5단계로 하나씩 통과하는 관문형 방식”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1단계인 공론화 과정에서 행정통합에 대한 찬성 여론이 확인되면 행정안전부에 건의한다. 행정안전부가 타당성 등을 검토해 통과하면 공론화위원회가 숙의 과정을 거친다. 공론 결과가 의미 있다고 판단하면 시·도지사가 주민투표를 진행하고, 찬성이 많으면 국회 특별법 제정 절차로 넘어간다.

김 위원장은 “1, 3번째 관문은 공론 과정. 2번째는 행정. 4, 5번째는 정치 과정이다. 위원회는 공론 과정의 책임을 맡는 것”이라며 “대구·경북행정통합이 전국적인 추세라는 점은 낙관전 요인이지만,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합의를 한 이후 법적 규범을 만드는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것은 비관적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행정통합 논의과정에서 일희일비로 너무 앞서나간다”며 신중한 자세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시·도지사가 행정통합을 두고 말하는 의견이 ‘현안대응 방식’인데, 비판적이고 부정적 여론이 일각에서 있고 왁자지껄 논의가 진행되는 걸 보며 시·도지사가 즉각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대구시장의 대안이 나오고 거기에 맞서 또 도지사가 의견을 말하는 현안대응 방식은 합리적 공론 방식에 좋은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정치적으로 단식하고 비상대책위 만들고 심리적으로 동원해내는 등 흥분시키고 이러면 몰입과 집단적 편향이 생기고 이는 합리적 공론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시·도지사가 공무원 동원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조사를 하는지 반대자가 누구냐 물으면 공론이 상실된다”며 시·도지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정치권의 반대도 넘어야 하는 산이다. 대구를 비롯해 경북 북부 지역에서는 ‘통합 반대’를 공론화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곽상도(대구 중·남구) 의원은 지난 7일 아시아포럼21 토론회에서 “행정통합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면서 반대의사를 드러냈다. 곽 의원은 “대구·경북이 진행하는 행정통합은 총론만 정해놓고 각론은 없다. 시·도민이 행정통합이 뭔지 모른다”면서 “지금 진행되는 행정통합은 도(道) 중심으로 하나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인데, 시·도민에게 더 좋은 시스템을 비교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것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승수(대구 북구을) 의원도 “대부분의 시·도민들이 행정통합에 대한 정보와 토론이 거의 없는 상태인데도 관(官) 주도로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면서 “통합 시 대구·경북이 원하는 재정, 행정 특례를 중앙정부나 다른 지자체에서 동의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2년이 채 남지 않은 대선과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