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왕 노

뱀이여, 네가 원죄로 철철 우는 붉은 밤

네 울음을 채찍으로 들고 나를 후려쳐라

온몸에 감기며 벌겋게 남겨 주는 살점 묻어난

뱀 무늬로 원죄로 우는 너만큼 나도

내 죄를 울며불며 붉은 밤을 건너고 싶다

걸어온 날을 뒤돌아보면

원죄로 우는 것보다 더 울어야 하는

더 아파해야 하는 나인 것을

울음의 채찍으로 피 걸레가 될 때까지

끝없이 나를 내려쳐라, 참혹에 거림없이 이르게

지금은 붉은 밤의 시간, 원죄로 울기 좋은 밤

너만 울고 나는 울지 못하는 밤이어서

너만 아프고 내가 아프지 않은 것이

더 살 떨리고 뼈저린 일이기에 뱀이여

울음의 거대한 채찍을 쇠사슬처럼 들고서 쳐라

휘청거리다 맥없이 내가 쿵 넘어지게

끝없이 후려쳐라, 사정없이 후려쳐라, 뱀이여

원죄로 철철 우는 붉은 밤은 인간 실존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원죄 때문에 울부짖는 뱀처럼 살아오면서 지은 죄를 크게 뉘우치며 울고 싶다는 시인 성찰의 목소리를 듣는다. 지나온 삶의 과정이 모두 죄였다고 고백하며 우는 울음이야말로 시인의 생에 대한 깊은 반성과 관조의 자세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