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상 은

해 저무는 공당(空堂)에

모시적삼 걸어 두고

먼 산 내다보니

내 짐짓 홍안(紅顔)이라

술도 끊었는데

가을은 노을처럼

아니 올 듯

슬쩍 오신가 보네

시인의 말처럼 가을은 몰래 오는 노년인지 모른다. 평생 공직에 봉직하면서 서정성 높은 수필을 써 온 시인은 늘 청년 같은 패기와 열정으로 살아온 것을 필자는 보아온 터라 그에게 다가온 가을은 어쩌면 몰래 다가왔을지 모른다. 그에게 다가온 가을은 공당(空堂)이란 시구처럼, 비록 조락의 쓸쓸함이랄까 외로움이 스밀지 모르나 깊은 경륜과 원숙한 아름다움이 가만히 빛나는 계절일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