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락
산속에 밤이 깊었다
어둔 숲 속에서
이름 모를 산새 소리가 이따금 정적을 깨운다
산 너머 저 멀리서 달이 떴는지
무릎 꿇고 앉아 바라보는
산의 이마는 윤곽이 뚜렷하다
초저녁 얕은 처마 굴뚝에서
피어오르던 연기도
어둠에 묻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문득, 초 가을밤에 느끼는
인생의 이 쓸쓸함
그러나 산 너머 저쪽 도시에는
화려한 전깃불이 바삐 오가는 사람과
고급 아파트를 오래 비출
그 그림자 아래로
여전히 얼어 죽은 노숙자의 흰 뼈가
먼지 속에 굴러다닐 것이다
새소리만 들리는 산속의 초가을 밤, 그 적막함 속에서 시인은 어둠 속의 어둠을 보고 있다. 산 너머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 속의 고급 아파트와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빛나고 환한 희망의 시간과 지하도 차가운 바닥 위 노숙자의 절망을 대비시키며 인생의 쓸쓸함을 토로하는 시인의 무거운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