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선씨가 제주도 가족여행에서 지는 해를 보며 작은 아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

“지금 몇 신줄 알아, 시계는 보고 게임 하는 거야.”하면 두 아들들은 건성으로 “알았어요, 지금 끌 거예요”한다. 그러고도 도무지 끌 기미가 보이지 않아 참다못한 갱년기 엄마는 “지금 당장 꺼”하고 욱 하고 고함을 지르면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끄면 되잖아요.”하는 신경질적인 대답과 함께 최대한 천천히 폰을 끈다. 꾀 많은 둘째는 “엄마, 지금 제가 게임하는 걸로 보이세요. 유튜브 보고 있어요, 유튜브에 얼마나 배울게 많은지 아세요.”하고 뻔뻔스럽게 대답을 한다. 지금까지 엄마 말이라면 고분고분하던 아들들이 초등 6학년. 초등 5학년이 되면서 눈에 빤히 보이는 반항을 한다. ‘이제는 많이 컸구나’하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큰 아들은 ‘초등4년 병’에 걸리기 시작하면서 엄마에 대한 무언의 반항으로 시작해서 영혼 없이 “예. 몰라요. 엄마가 맞춰보세요” 건성으로 대답하는 걸로 바뀌었다. 한 살 어린 둘째아들은 이마에 아토피처럼 생긴 피부를 보이면서“엄마, 이것 여드름 맞지. 나 이제 사춘기지?”하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철없는 행동에 웃음이 나지만 엄마 말에 조목조목 따지고 들 때면 사춘기 인 것도 같다.

우리 집에는 3단계의 의사소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작은 아들의 설명과 큰 아들의 해설을 더해야 이해가 이루어진다. 국민학교를 졸업한 엄마와 소통하기란 쉽지 않다. “엄마, 국민학교 졸업한 것 맞아. 딱 보면 보통 핵꼬(학교) 졸업 한 것 같은데”하면서 가슴을 치며 답답해하기도 한다.

이제 엄마는 노안도 오고 말귀도 알아듣기 힘들다. 엄마가 나이 먹고 힘이 없어지는 만큼 얘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대견하다.

그래도 엄마는 눈 안에 모든 것을 넣어 놓고 키우고 싶어 안달을 한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에 담아 놓고 키워야겠다. 한 발 앞서가는 엄마가 아니라 한 걸음 뒤에서 지켜봐 주고 실수해도 믿고 기다려 주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한다. 엄마 보다 키가 더 큰 아들들을 우러러(?) 보며 언제나 같은 자리에 버팀목으로 서 있고 싶다. /전효선(포항시 북구 흥해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