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남북관계 경색 후 북한의 대남 비난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하기야 분단 이후 북한 당국은 남한을 한 번도 칭찬한 적은 없다.

2007년 개최된 금강산 남북학술회의에서 남한의 진보적 어느 경제학자가 ‘식량문제도 해결치 못하는 북한’이라는 발언으로 학술회의가 중단된 적이 있다.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국가 존엄’을 모독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평화 경제’를 주창한 문 대통령을 향해 그들은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최근 비난 발언도 이해하기 힘들다. 북한당국은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하기 전 삐라를 북으로 날린 탈북단체를 ‘인간쓰레기’들이라고 비난하였다. 노동신문의 이 같은 기고문은 공식적으로 탈북자가 없다던 북한이 이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 북한은 ‘한미워킹그룹’을 남한의‘친미 사대주의 굴종외교’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종래 ‘미 제국주의 앞잡이 남한 괴로 도당’에서 다소 완화된 표현이다. 이는 북한 당국의 대미·대남 협상용임이며 남한의 진보적 그룹을 겨냥한 전술적인 발언일 것이다.

북한은 오랜만에 남한 국회를 향해 ‘깽판 국회, 난장판 동물국회’가 개원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남한 언론을 통해 남한의 ‘식물국회’나 ‘동물 국회’라는 신조어를 접했던 모양이다. 그들의 이러한 비판은 남한 국회의 비생산적인 국회 모습만 보고 의회 민주주의의 본질을 간과한 결과이다. 사실 우리 남한의 국회도 그들 지적대로 고칠 점은 많다. 그러나 남한의 국회는 북한 최고회의보다는 훨씬 대의 민주주의를 잘 구현한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14기 대의원 687명은 당 중앙이 지명하여 형식적 선거만 치른다. 남한 의회가 비생산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노동당, 사회민주당, 천도교 청우당이라는 우(友)당 거수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북한의 이러한 유치하고 거친 비난발언은 상대에 대한 불만과 선전용이지만 때로는 협상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 여러 분단국이 통일된 마당에 우리 동족만이 분단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다. 유럽 여행길에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흔히 그들은 남쪽이냐 북쪽이냐고 되묻는다. 한번은 독일에서 필자도 장난기가 발동하여 북에서 왔다고 했더니 그들의 큰 눈이 동그래졌다. 그것은 북한의 테러와 폭력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한의 이미지도 좋은 것만 아니며 코리아를 모르는 유럽인이 상당수다.

북한이 대남 비방이나 비난의 소리를 높일수록 그들의 체제모순을 노출하는 역설에 직면한다. 북한도 이제 상당한 정도의 정보화 사회에 진입했다.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북한 주민들은 남한의 경제사정의 정확한 정보까지 접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대남 비난에 앞서 자신들의 모순된 현실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북한이 대남비난을 강화하고 주민을 통제해도 탈북 행렬이 이어지는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북한 당국에서도 ‘미워하면서도 닮는다’는 아이러니가 계속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