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재 영

10층 베란다 양지바른 곳에 화분이 있다

허브와 영산홍은 아내가 가져온 것이고

난을 포함한 몇 개는 내가 들여놓은 것이다

아내는 화분에 물을 주며 꽃을 바랐고

나는 거름을 주며 문장을 찾았다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이 올 때마다

아내는 쿨룩거리는 감기 몸살로 화분을 잊었고

겨울 지나며 베란다 삶을 견디지 못한

몇 개의 화초들이 지상으로 내려갔다

나는 베란다 창문 귀로 들어오는

작고 작은 햇살을 꿰어

화분을 이리저리 옮겼다

살아 있음은

산다는 일이 다옥한 모습으로 흔들리는 것임을

베란다에서

화분의 안부를 챙기며 배웠다

밖과 안의 베란다 공간

삶과 죽음 그 사이 햇살은 펑퍼짐하게 찾았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초를 키우며 시인은 소소한 삶의 진리를 깨닫고 있음을 본다. 땅도 아니고 차가운 콘크리트 위 좁은 화분 속에서 엄동을 건너는 화초들에 내리비치는 햇살은 그야말로 생명의 소중한 끈 같은 것이 아닐까. 창문 귀로 들어오는 작고 작은 햇살 꿰어 화분에 옮겨주며 시인은 산다는 일이 다옥한 모습으로 흔들리는 것이라는 소중한 삶의 진리를 깨달은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