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경 호

들녘의 풀들이

해마다 서리에 맞아 쓰러지고

풀숲의 곤충들이

아무도 모르게 목숨을 떨구는 것

나는 여지껏 알지 못했지만

봄이면 다시 살아오는 것을

누이가 죽은 이른 봄

언 땅을 파다가 알았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태어나고 죽는 일이

단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듯이

죽음은 강줄기 같은 영원의 고리,

이제는 죽음을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누이가 죽어 묻힌 이른 봄의 대지에서 되살아나는 풀들과 곤충들과 수많은 생명체들을 바라보며 시인은 죽음은 종결과 폐지가 아니라 시작과 열림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삶과 죽음은 연쇄적이며, 어떤 고리에 의해 순환되어 영원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어 시인의 영원불멸 세계관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