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 총선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당선자가 여러 명 있다. 태구민이란 이름으로 강남 갑구에서 당선된 그도 그중의 한 명이다. 야당의 총선 참패가 공천의 잘못이라고들 비판하지만 이번 탈북자 2명의 보수 정당 공천은 매우 신선한 측면이 있다. 자유를 찾아온 탈북자가 3만 명을 훨씬 넘어섰지만 아직도 남한 땅에는 성공했다는 사람은 찾아 보기 힘들다. 태영호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조명철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에 입성하게 되었다. 이번 꽃 제비 출신 비례 대표 지성호도 있지만 그는 탈북자 중 지역구에서 당선된 첫 국회의원이다.

그는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오랜 외교관 생활을 하다 탈출에 성공한 사람이다. 황장엽 선생 보다는 직위는 낮지만 외교관으로서는 탈북민 중 가장 고위직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탈북 동기에 의아심을 품는 사람이 많았다. 그가 ‘북한 공금 횡령자’, 심지어 ‘미성년자 강간범’이라는 유언비어까지 나돌았다. 심지어 그는 북한의 이중 스파이로 매도되기도 했다. 그는 북한 탈출 동기를 언론을 통해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들의 북한 소환이 임박한 상황에서 자식의 장래를 위해 탈북했다고 증언했다. 사실 그는 영국 런던에서 함께 거주하는 일부 탈북민 보다 형편없는 처우인 북한 외교관 생활에 환멸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의 2016년 남한 땅 정착 과정은 비교적 순탄했다. 그는 평양에서 중국 유학을 다녀오고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친가와 처가 모두 핵심계층 출신이다. 그는 이곳에서도 정부 기관 특임 연구원직을 맡아 특권을 누렸다. 그의 ‘3층 서기실의 암호’는 나는 아직 읽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칼럼에는 그의 남한 사회 정착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는 지난 2월 보수 정당인 ‘미통당’에 전격 입당하고, 강남 갑구에서 58.4%의 득표로 당선되었다.

그의 당선 소식은 북한 땅에서 분명 전파되었고 북한당국은 여전히 그를 맹렬히 비난했다. 북한 당국은 탈북자를 수령의 품을 떠난 ‘배신자’로 간주한다. 10여 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남북 학술 토론회에 참석한 바 있다. 북한의 저명 J 교수는 북한 땅에서는 탈북자가 없다고 주장하다 독일인들의 빈축을 산적이 있다. 태영호의 남한 지역구 당선은 그 자체만으로 북한 당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은 그를 ‘인간쓰레기’로 비판하지만 그의 당선 소식은 북한 당국에 더욱 무거운 짐이 되어 괴로울 것이다.

이제 태영호는 태구민이라는 주민 이름을 버리고 대한민국 의원으로 당당히 출발한다. 그의 이번 남한 지역구 당선은 남북 분단사에서 남을 수 있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북한의 고위 탈북자로서 그는 이제 남한 정착의 역할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그는 남북 화해라는 민족적 대업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의원이 되길 바란다. 그의 활동은 세계 언론의 주목도 받고 한국 정치의 다원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남한의 일부 진보그룹에서는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비판하고 있다. 지극히 정당치 못한 처사이다. 그는 이 땅을 남북의 젊은 세대들에게 열려진 ‘희망의 땅’이라는 점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