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순 덕

골목 어귀에

할머니들 옹기종기 앉아있다

머리 허연 할머니가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에게

그래 올해 몇이유

둘이유

난 셋인디

종잡을 수 없다 여든인지 아흔인지

아페 숫자는 어디로 가고

갓 눈뜬 병아리들

봄볕을 쬐고 있다

한 생을 거의 다 건너온 두 할머니가 봄볕을 쬐며 나누는 대화가 봄볕처럼 따스하고 잔잔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세월을 잘라내고 나누는 대화에서 두 할머니는 갓 눈뜬 햇병아리 같다고, 철없는 소녀 같다고 말하는 시인은 자신의 한 생도 그리 살고 싶다는 염원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