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선거의 결과는 제1야당의 처절한 패배로 끝났다. 이번의 여론조사는 총선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다. 선거 결과는 더불어 민주당 180명, 미래통합당은 103석 당선으로 나타났다. 범여권 당선자 190명, 범야권 당선자 110명은 야권의 처절한 패배이다. 야당은 총선, 대선, 지방선거에 이은 4연속 패배이다. 이번에는 사이 보수도 사이 진보도 없었다. 열성적인 야당 지지자들의 실망은 더욱 컷을 것이다. 6·25 전쟁 중 치른 선거에서도 야당이 이렇게까지 패하지 않았다. 선거의 철칙인 구도, 정책, 인물 면에서 야당은 패할 수밖에 없었다.

야당은 선거구도 면에서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야당의 보수 통합은 진정한 통합이 아닌 급조된 임시 통합이었다. 이는 보수 개혁 통합과는 거리가 먼 각자 생존을 위한 자구적 통합이었다. 또한 이번 선거전에서 야당은 황교안 대표 외에는 잠재적 대권 후보가 보이지 않는데 문제가 있었다. 이낙연 외에도 박원순과 이재명이 지원사격하는 여당의 구도와는 판이하였다. 더욱이 야당은 선거의 사령탑마저 구축하지 못했다. 황교안 대표의 종로구 출마부터 혼선이 있었고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영입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

야당은 공약이나 슬로건 등 정책과 이미지전에도 실패하였다. 야당은 코로나 사태가 심각했음에도 ‘문재인 정권의 심판’론에만 매달려 있었다. 문재인 정부를 ‘좌익 독재 ’로 규정한 것도 총선 민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여 문재인 정권을 탄핵하자고 주장하였다. 전 세계가 한국의 방역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데 그들만 방역 실패만을 강변하였다. 야당은 정부의 탈 원전, 소득주도 성장을 비판하면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구태의 선전 선동 이미지는 중도 보수층의 표심을 얻을 수 없었다.

야당은 후보의 공천도 실패하였다. 급조된 공관위는 ‘개혁공천’이라는 슬로건은 요란하게 걸어 놓았지만 후보 검증에는 실패하였다. 그들은 물갈이를 강조하면서도 공천 후보의 참신성은 보여 주지 못했다. 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초래한 막말 파동에 대한 대응책도 적절치 못했다. 황 대표는 공천확정 후에도 공천취소와 재공천이라는 파동까지 겪었다. 관료 출신 황 대표의 리더십의 한계가 노출되었다. 공천에서 탈락했다 당선된 5명의 무소속은 이를 잘 입증한다. 대선 주자급의 공천 배제는 ‘이기는 선거’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처음부터 따라다녔다.

이번 야당의 패배는 결국 구도, 정책, 인물이라는 선거의 3대 고리의 총체적 실패에 기인한다. 근원적으로 보수 야당의 개혁 없이는 선거의 승리는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야당은 식물국회, 동물국회, 대여 강경 투쟁, 삭발과 청와대 앞 시위만으로 변화된 표심을 끌어들일 수 없었다. 세월은 빠르고 유권자의 표심은 변한지 오래인데 과거에 안주하는 수구 꼴통 정당에 누가 표를 주었겠는가. 결국 야당은 텃밭인 경상도와 강남, 60대 이후의 노령 보수층의 지지만을 얻어 좌초하였다. 그러나 내 후년 2022년은 다시 대선과 지방 선거가 있다. 야당은 이번 총선 패배가 당의 체질 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임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