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4·15 총선 이틀 전이다.

전국적으로 관심 있는 접전 지역이 30여개나 된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선거의 결과는 더욱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선거 종반에 올수록 여야 모두 이번 선거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동정표를 노리는 ‘언더독’전술 보다는 자신 있는 집을 밀어준다는 ‘밴드왜건’ 효과를 기대한 탓일 것이다. 선거에서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이해찬 대표의 말이 맞을지, 여야를 넘나들며 선거의 마술사를 자칭하는 김종인 위원장의 말이 적중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번 선거는 쟁점도 바람도 없이 조용한 선거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라는 돌발 사태가 초래한 선거분위기 탓일 것이다. 여야는 경쟁적으로 재난 지원을 위한 포퓰리즘 식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야당 류승민 의원만이 자당의 재정 지원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야당이 제기한 ‘조국 살리기냐, 경제 살리기냐’는 슬로건도 착근되지 못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응징이라는 강풍이 불지 않으면 야당의 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대구 경북의 표심은 예외일 것이다.

야당의 막말 변수가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김대호와 차명진 후보의 막말은 선거의 악재가 되고 있다. 김대호 후보의 30∼40대 유권자의 착각, 무지라는 세대 ‘비하 발언’, 차명진 후보의 세월 호 텐트 속의 ‘불륜 발언’은 엄청난 파장을 낳았다. 선거 전야에는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야 한다는데 두 후보의 망발은 자신의 선거구뿐 아니라 남의 선거구까지 재를 뿌린 격이다. 이 같은 막말은 상대방의 표심을 결집시키고 부동층의 지지를 멀어지게 한다. 당 지도부가 급기야 제명과 탈당 권유라는 조치를 취했지만 전세를 만회하기는 어려을 것이다.

선거 전야에 흔히 등장하는 마타도어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는 가장 퇴행적 선전 행태지만 우리 선거 전야에 종종 등장하는 변수이다. 우리는 과거선거에서 북풍, 총풍, 병풍이라는 흑색선전을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근거도 없이 폭로되는 마타도어가 수습도 하지 못하고 선거는 끝난 경우가 많다. 지난 주말 이미 여당 대표가 곧 2∼3개의 대형 공작이 주말에 폭로될 것이라 발표했다. 야당의 선거 전략 본부장도 가증스런 사건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벌써 N번방의 유력인사 개입설, 대형 부정 축재 설, 윤석열 검찰 총장의 갑작스런 사퇴설 등 종잡을 수 없는 시나리오가 퍼지고 있다.

한국 갤럽의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55%에 이르고, 정당 선호도는 민주당 44%, 통합당 23%로 간격이 더욱 벌어졌다. 여론 조사가 반드시 선거 결과와는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러 선거 막판 변수를 어떤 것을 대입해 봐도 총선 판세는 야당에게 불리하다. 여야는 마지막 변수인 투표율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틀간의 사전 투표율은 26.7%로 급등하여 15일 최종 투표율마저 상당히 높아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고, 낮으면 여당에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이 가설이 적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15일 저녁의 선거 결과를 지켜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