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위, 절반 이상 물갈이 입장
현역 의원, 무차별 교체 반발 속
컷오프 조사 탈락 피하기 위해
SNS 등 통해 참여 독려 총력전

폭풍전야다. 4·15 총선 자유한국당 공천을 앞둔 대구·경북(TK) 의원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TK의원 중 절반 이상이 ‘현역의원 컷오프(공천 배제)’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김형오)는 이번주 현역 의원 컷오프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여론조사 대상은 일반 유권자 1천명과 당원으로 현역 의원 적합성, 재당선 가능성을 묻고, 20대 국회 원내대표의 개별 의원 평가, 의정활동 평가, 해당 행위 이력, 당 지지율·개인지지율 비교 평가 등을 토대로 컷오프 여부를 판가름할 방침이다.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현역의원들의 반응도 엇갈릴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파장과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TK지역의 현역 물갈이 폭을 최대 70%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현역의원들이 황교안 대표 등을 비판하며 TK물갈이론에 불편한 심경을 표출하고 있다.

TK지역 한 의원은 “PK지역 김형오·정의화·박관용 의원 등은 국회의장을 지냈고, 이주영 의원 등은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특히 PK지역에서 한국당 소속 3선 이상은 11명이다. 그러나 TK지역은 4명에 불과하다. 왜 TK에는 다선 의원이 있으면 안 되느냐”며 TK정치력 약화를 우려했다.

또 다른 의원은 “TK지역 출마자들의 면면을 보면 선거에서 2∼3번 도전하는 후보들, 철새처럼 당을 옮겨다닌 후보들, 지역구를 여기저기 옮겨 다닌 후보가 상당수”라며 무차별적 물갈이론에 반발했다.

그러나 공천관리위원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PK 지역의 컷오프 비율이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공관위는 특히 총선기획단이 정한 ‘현역 의원 3분의 1 컷오프’ 목표치를 인정했고, 당의 강세지역인 TK지역 등의 컷오프 비율은 수도권 등 험지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TK지역 한국당 의원은 대구 8명, 경북 11명으로 총 19명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정종섭(대구 동갑) 의원을 제외하면 18명 중 절반 이상을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TK지역 의원들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컷오프 조사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SNS를 통해 투표 독려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여론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한국당 최교일(영주·문경·예천) 의원은 자신의 SNS에 “현역 의원 상대 여론조사가 시작된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하지만 성실함과 열정으로 채워나겠다”며 여론조사 참여를 당부했다. 곽상도(대구 중·남), 김상훈(대구 서) 등 TK의원들은 “02, 053, 070 전화는 꼭 받아주세요”, “중간에 끊으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지역의원들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컷오프될 시 한국당 공천심사에도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역별 컷오프 비율, 그것도 TK지역을 겨누고 있는 와중에 공천관리위원회가 결과에 따른 정무적 판단도 반영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정가에서는 인위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설 명절 육식을 금하는 불교계에 육포를 보내 불교계와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불교계와 가까운 의원이 구제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가 하면, 친박계 인사들이 컷오프 탈락할 것이라는 얘기가 지역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컷오프 결과에 대한 발표가 나오면 해당선거구는 한바탕 요동이 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역의원이 컷오프될 경우 해당 지역의 선거구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역의원의 지지자들과 당원들이 어느 예비후보에 몰리느냐에 따라 판세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역의원의 무소속 출마도 배제할 수 없어, 공천 후폭풍으로 인한 어부지리로 민주당 승리도 가능하다는 말이 지역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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