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컷오프 여론조사도 전에
물갈이 비율부터 언급 ‘묻지마식’
포퓰리즘 편승 발상 치명적 하자
중앙 정치서 영향력 미미한 상황
부실 정치인 양산할 가능성 커져
민심 외면한 공천 방향 재고해야

4·15총선을 앞두고 ‘TK(대구·경북) 정치’가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되고 있다. 실패한 지난 정권의 핵심이었다는 이유 하나로 여야 지도부가 갖가지 암수(暗數)를 펼쳐 지역 정치가 초토화될지도 모를 위험성에 처했다.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기관차 역할을 해왔던 ‘TK 정치’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공천 장난질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주부터 일반 유권자와 당원을 대상으로 현역의원 컷오프(공천배제)를 위한 여론조사에 돌입했다.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TK 지역의 컷오프 비율이 수도권 등 험지보다 더 높은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러나 한국당 공관위의 이 같은 접근법은 발상 자체에 치명적인 하자가 있다. 컷오프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포퓰리즘까지 동원해 무차별 칼질을 하는 방식은 과학적이지도, 전략적이지도 않다.

더욱이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출범에 즈음하여 새로운보수당 등과의 지분 협상에서 TK 지역 정치인들이 희생양이 되는 일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20대 총선에서의 부끄러운 공천 파동으로 성목(成木) 인재가 희귀해진 지역 정치권은 중앙정치에서 영향력을 현저히 상실한 형편이다. 또다시 인물의 역량과 업적 평가는 도외시한 채 말로만 공천(公薦)이고 실제는 사천(私薦)인 수상한 심사와 이합집산 과정에서의 거래로 역량 태부족의 초보나 백해무익한 부실 정치꾼들만 득실거리는 지역 정치를 꾸려서는 안 된다는 게 진짜 민심이다.

1중대·2중대·3중대 모두 진보 일색인 호남에서는 걱정할 일이 없는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 해서든지 탄핵 책임이라는 굴레를 덧씌워 ‘TK 정치’의 보수 민심을 깨부수려는 정략을 구사한다. ‘물갈이’라는 가짜 구호로 개혁 민심을 현혹하며 모사꾼들이 제 패거리 꽂아 넣기에 골몰하는 선거판의 장난질은 이 나라 정치의 심각한 병폐다. 선거 때마다 그토록 신인 정치인들을 많이 바꿔 넣었는데도 우리 정치가 왜 이 모양 이 꼴이 됐는지만 봐도 불문가지 아닌가.

자유한국당의 TK 현역의원 컷오프가 지금처럼 목표비율에 끌려다니는 것은 심각한 패착이다. 무엇보다도 지역 정치의 큰 산을 지키는데 필요한 동량들이 덧없이 잘려나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정량평가(定量平價)가 아니라 철저하게 정성평가(定性評價) 방식으로 가야 한다. 지역 출신 위원이 한 명도 없는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TK 민심과 진짜 여론을 제대로 파악할 것인지부터 의문인 판이다.

전략적으로 거목(巨木) 정치인들을 길러내고 있는 PK(부산·경남) 지역과 호남의 지역 정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중앙정치권 유력인사들의 만만한 정치 식민지로 취급되어 복마전 형태의 공천이 펼쳐진 뒤, 발언권도 정치력도 없는 무녀리 정치에 영원히 머무르게 될지도 모를 ‘TK 정치’의 참담한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시점이다. 컷오프 비율에 질질 끌려다니는 자유한국당의 TK 공천 패턴은 심사숙고돼야 한다. <관련기사 3면>

/안재휘논설위원 ajh-777@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