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강 태

맑은 겨울비 가늘게 그친 아침

조금 추워 떠는 은방울나무

순은도 떨림이 있을까

아슬히 가느단 물방울

금방 터질 듯한 물빛 동그라미,

신(神)은 ‘나무 물방울’에도

어느새 가지마다 앉아 계신 걸까

잎새에 달려

자잘히 망설이는 방울들

간밤 그곳에서

고단한 잿빛 틈을 열고 내린 그분의

야행 흔적을 보았네

비밀스런 떨림이 주는 이 기쁨

잔잔히 흔들리던 은분(銀粉)이

‘가지 물방울’로 가늘게 맺히던 아침

여린 빛이 은으로 총총히 내린

겨울 빈 나무 밑을 지나가다

겨울 아침 추위에 떠는 은방울나무를 그리고 있다. 비에 젖은 나무와 나무에 맺힌 물방울마다 그가 믿는 신이 임재해 있다는 따스한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은방울나무의 은분이 여린 빛을 내며 물방울로 맺혀 깨끗하고 순정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