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경 림
엽연초 조합
뒤뜰에
복사꽃이 피어 밖을 넘보고 있다
정미소 앞, 바구니 속에서
목만 내놓은 장닭이 울고
자전거를 받쳐 놓은 우체부가
재 넘어가는 오 학년짜리들을 불러세워
편지를 나누어주고 있는 늦오후
햇볕에 까맣게 탄 늙은 옛 친구 둘이
서울 색시가 있는 집에서 내게
술대접을 한다
산다는 일이 온통 부끄러움뿐이다가도
이래서 때로는
작은 기쁨이기도 하다.
복사꽃이 환하게 꽃등을 밝힌 봄날의 장날 풍경을 그윽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시 전편에 흐르는 인정스럽고 정겨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산다는 일이 온통 부끄러움이라는 시인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