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비중 커지면 사교육 영향력 ↑
성장잠재력 큰 인재 발굴 힘들어져

장순흥 한동대 총장
장순흥 한동대 총장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임 시절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국내 최초로 주도했던 장순흥<사진> 한동대 총장을 만나 현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10년 동안 외국인 총장 2명을 모시며 그들로부터 한국인 고등학생들이 사교육에 너무 힘들어하고 있고 불행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면서 “이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통해 사교육을 줄이고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장 총장은 “정시 확대는 사교육 중심의 입시제도로 퇴보하는 것이고, 이는 공교육의 대혼란과 함께 지역 균형 발전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정시확대 어떻게 보나.

△학생부종합, 즉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리는 게 지역에 굉장히 불리한데 오히려 이를 지역에서 잘 모르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난 3년 동안 수시만으로 서울대 입학생을 낸 지역 71곳 가운데 69곳이 비수도권이었고, 이와 반대로 수시보다 정시 입학생 비중이 높은 시군구는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시보다 수시가 ‘지역균형’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정시 비중을 늘리면 왜 공교육이 무너지나.

△생각 외로 간단한 이유다. 정시를 확대한다는 것은 수능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고, 이는 사교육의 영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능이라는 것은 학생의 능력을 점수로 줄세우기를 하는 것이고, 이 점수는 얼마나 양질의 사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사교육의 영향이 커지면 사교육이 발달한 대치동 등 강남의 사교육 시장으로 대입 교육의 중심이 이동할 것이다. 벌써 강남 학원가는 입학을 위해 줄을 서고 난리가 난 상황이다.

- 그렇다면 수시는 지역에 유리한가.

△서울에서 1등을 하는 게 쉬울지 지방에서 1등을 하는 게 쉬울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학생부종합은 현재 지방이 더 낫고, 오히려 일부는 농어촌까지 찾아가는 게 현실이다. 이는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더구나 학생부종합은 수능점수 단 하나만의 기준을 떠나 인성적인 측면을 비롯한 다양한 학생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어서 훨씬 좋다. 예를 들어 최근에 한동대 학생 중 한 명이 삼성봉사종합대상을 받았다. 이 학생은 수시로 합격했는데, 만약 수능점수만을 따지는 정시였다면 입학이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정시 확대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모두가 양질의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런 학생들 중에서는 비록 수능점수는 낮더라도 훌륭한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공교육이 살고 인성이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는 면에서는 정시보다 수시가 낫다.

- 공정성 확대 등으로 대표되는 정시의 장점은 어떻게 생각하나.

△요즘 이야기되고 있는 공정성 측면에서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공정이라는 것이 애매하다. 강남에 사는 애들이 더 유리한데 그게 공정한 것인가. 같은 말의 반복인데 정시확대는 공교육이 망가지는 일이다. 균형발전이 안되고 지역인재도 못 키운다. 지역에 불리하다. 지금은 정시와 수시라는 선택지가 있고, 수시인 학생부종합의 경우 점수 줄세우기인 정시로는 갈 수 없는 길을 열어주고 있지 않나. 학생부종합전형이 오히려 확대돼야 학교공부를 열심히 하게 돼서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이 없어진 자리를 학생들이 자기계발이나 운동 등에 투자할 여력도 생긴다. 수시가 부족한 면이 있으면 수시를 개선해나가는 방법을 찾아야지, 이것을 정시로 대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준혁기자

    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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