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록

지상과의 인연

더 차가워져야 한다

활시위처럼 몸 당겨

겨울로 간다

작살 같은 대오로

하늘을 끌고 간다

몸 비트는 하늘

깃털처럼, 백설(白雪) 쏟아진다

하얗게 눈 내리는 하늘을 날아 북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의 모습이 사뭇 장엄하다. 기러기들의 비행 대오는 작살 모양인데 그 맨 앞에는 가장 힘세고 연륜이 있는 기러기가 선도하고 그 뒤를 따르는 동료들이 울음소리로 그를 격려하며 편대를 이루어 그 먼 거리를 날아가는 것이다. 시인은 기러기들이 날아가는 겨울 하늘의 장엄한 그림 한 장을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