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결과 역사의 비극이 스며 있는 불상인 것으로 밝혀집니다. 당시로부터 200년 전인 1765년, 태국과 인접 국가인 미얀마와 사이에 큰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태국은 참패를 당합니다. 미얀마 군대가 수도 방콕을 함락하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었지요. 당시 사찰에 황금 불상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보물을 약탈당할 것은 뻔한 일입니다. 이때 한 수행자가 묘안을 제시합니다.

“불상에 진흙을 덧씌웁시다!” 황금 불상은 진흙 불상으로 감쪽같이 둔갑했고 예상대로 이 무겁고 평범한 진흙 불상은 약탈을 면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 참여했던 이들이 모두 학살당해 200년 세월을 원래부터 진흙 불상인 것처럼 흘러내려왔던 것으로 밝혀집니다.

고전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클래식(classic)은 라틴어 클라시쿠스가 어원입니다. 클라시쿠스에는 고전이라는 의미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라틴어 클라시쿠스는 함대를 의미하는 클라시스의 형용사 형입니다. 로마시대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국가에 함대(艦隊)를 기부할 수 있는 거대한 부자들을 의미하는 단어가 클라시쿠스입니다. 그저 돈만 많은 계급이 아니라 사회 전반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품격과 부를 동시에 갖춘 명문가를 클라시쿠스라고 일컫습니다.

미국의 천재 건축가 버크민스터 풀러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아이들은 천재로 태어난다. 그러나 99.9%의 아이들은 부주의한 어른들 때문에 자신의 천재성을 순식간에 박탈당한다.”

인생은 누구나 할 것 없이 5천500㎏의 황금으로 이뤄진 존재들입니다. 전쟁이나 비극, 부주의한 어른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흙으로 뒤덮인 채 원래부터 그런 존재인 양 가짜 나에 속아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클라시쿠스의 DNA를 갖고 태어난 위대한 존재들입니다. 우리를 덮고 있는 진흙들, 우리 시야를 막고 있는 검은 흙덩어리들을 떼어내야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진흙을 털어내는 도구 역시 클래식이라는 점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뒤흔든 위대한 작품들,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일이 내 안의 위대한 거인 클라시쿠스를 깨우는 공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 울림이 수십 년 세월 동안 우리를 덮고 있던 진흙을 털어낼 수 있는 진동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5천500㎏ 황금의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며 하루를 살아도 제대로 살아가는 인생이지요. 내 안에 잠들어 있는 클라시쿠스를 깨우는 고전과의 만남. 지금과는 다른 5년 후를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