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기차역인 후아 람퐁 주변은 개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야오와랏 거리에는 가로 10m, 세로 10m쯤 되는 조그마한 사찰이 있습니다. 주지 승려는 근심이 가득합니다. 사찰을 관통하는 도로가 뚫린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는 거대한 진흙 불상이 있습니다. 높이가 3.5m, 무게가 5t이 넘는 커다랗고 우아한 예술품입니다. 석굴암 본존 불상과 비슷한 크기입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옮길 수가 없어서 기중기를 동원합니다. 거대한 불상에 손상이 없도록 천으로 감싸고 그 위에 두터운 비닐로 포장한 후 나일론 끈으로 결박합니다. 지붕을 뜯어내고 크레인에서 내려온 고리에 불상을 걸어 올립니다. 조그만 충격에도 진흙 불상은 손상을 입을 수 있기에 작업은 세심하게 이뤄집니다.

오랜 노력 끝에 트럭에 불상을 싣고 옮기는 데 성공하지요. 새로 이전해 안치할 곳에 불상을 옮겨 놓고 신축 사찰 지붕 공사를 완성할 예정입니다. 포장을 뜯는 순간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아악!”

그토록 조심스레 운반했건만 불상 중심부에 거대한 틈이 발생했습니다. 머리부터 가슴 배꼽에 이르기까지 크랙이 쫘악, 회복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손상이 심합니다. 긴급 대책 회의가 열립니다. 문화재 전문가들이 달려와 검토합니다. 사다리를 설치하고 안면 쪽 손상 부위를 살피던 문화재 전문가가 고개를 갸웃합니다. 랜턴을 비추며 크랙 사이를 살펴볼수록 더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갈라진 진흙 틈에서 무언가를 본 것입니다. “반짝!”

신축 사찰은 폐쇄 명령이 떨어집니다. 불상은 거대한 암막으로 전체 모습을 가립니다. 아무도 이 작업을 볼 수 없도록 하라는 정부의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수일 동안의 작업을 거친 후에 암막을 걷어냅니다. 허가를 받은 작업 담당자와 주지 승려, 정부의 문화재 담당관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눈앞에는 거대한 황금 불상이 드러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1957년,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황금 불상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 순금 5천500㎏으로 판정합니다. 전 세계 황금 불상으로는 최대 크기, 지구에 존재하는 금덩어리로는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납니다. 약 1억9천6백만 달러, 우리 돈으로 2천200억 원의 가치를 지닌 보물 중의 보물입니다. 진상 조사를 시작하지요. 어떻게 이런 진귀한 보물이 진흙 불상인 채로 수백 년 동안 내려오게 되었는가? 모두가 궁금해합니다. (내일 편지에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