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정 숙

어둠 속에 상한 짐승처럼 혼자 앉아 보는

저 영화 슬픈 영화

슬픔의 직시야말로 슬픔을 이기는 것

슬픔의 농축액 초대권 한 장으로 쉽게 맛볼 때마다

이 삶 슬픔은 희석되고

다시 속아본다

영화관 밖 휘황한 밤 이렇게 살아 산책할 수 있다고

믿어본다 휘황한 세상 저 겁나는 세상

슬픈 영화를 보고 나와 영화 바깥의 휘황찬란하고 유쾌한 거리를 활보하며 시인은 영화 속 슬픔에 함몰되지 않으려 애씀을 본다. 슬픈 영화는 가슴 속의 상처를 자극하여 더 깊은 슬픔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시인은 슬픔을 직시하며 슬픔을 극복하려는 마음을 펴 보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