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무장세력 탈레반으로부터 풀려난 한국인 19명이 피랍 45일, 출국 51일만인 2일 오전 귀국해 꿈에 그리던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이들은 이날 오전 6시35분께 대한항공 KE95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고국 땅을 밟았으며, 입국수속과 간단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전 8시10분께 경기도 안양시 샘안양병원에 도착했다.

샘안양병원측이 제공한 25인승 승합차에서 내린 피랍자들은 병원 관계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안내를 받아 병원 신관 지하 1층 샘누리홀에서 학수고대하던 가족들과 눈물의 재회를 했다.

피랍자 중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적 있는 유경식(55)씨는 앰뷸런스를 타고 다른 피랍자들보다 3분 정도 먼저 도착, 병원에서 준비해준 휠체어를 타고 샘누리홀로 이동했으며 현장에 있던 일부 시민들은 피랍자들이 도착하자 박수를 치기도 했다.

피랍자들은 20여 분 동안 피랍자 가족 이름표가 2-3개씩 붙여진 10개의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서로 안부와 피랍생활 등에 대해 물었으며, 감정이 복받친 듯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족들간 상봉이 진행되는 중에 먼저 귀국해 치료받고 있던 김지나.김경자씨도 샘누리홀을 찾아 이지영씨 등 다른 피랍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위로했다.

김지나. 김경자씨를 포함, 피랍자들은 이어 8시35분께 신관 3층 전인치유병동으로 이동했으며 앞으로 304호부터 311호까지 8개 병실로 분산돼 환자복으로 갈아 입고 안정을 되찾은 뒤 병원 측이 준비한 치료일정을 밟게 된다.

샘안양병원 차승균 병원장은“전인치유병동은 몸. 마음.영혼을 치료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귀환자들은 입원실 일반검사와 아프간 풍토병 위험에 따른 간염 검사, 개인적인 질병에 대한 검사를 각각 받게 된다”고 말했다.

차 원장은 “검사결과와 신체상태를 고려해 할 부분이 있으면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장기간 억류상태에서 우려되는 요로감염, 호흡기감염, 영양결핍 등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살피는 등 건강 검진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충격을 함께 치유하는데 최소 1-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피랍자들이 치료를 위해 이동하자 피랍자 서명화. 경석씨 아버지, 김윤영씨 남편, 제창희씨와 유경화씨 어머니 등 4명은 피랍자 가족모임 대표로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후 피랍자 가족들 역시 면회를 위해 전인치유병동으로 이동했으며 가족 면회는 앞으로 치료를 위해 매일 피랍자 1명당 가족 4명씩 오전 10-1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가족들은 3일부터 면회가 끝난 뒤 피랍자 석방을 위해 노력한 외교부, 대사관, 언론사 등을 찾아 감사인사를 할 계획이다.

차성민 피랍자 가족모임 대표는 “화요일(4일) 김지나. 김경자씨의 인터뷰가 있을 예정이며 (나머지) 피랍자들도 치료를 받고 회복한 후 10일쯤에 인터뷰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샘안양병원 영안실에는 오는 8일 장례식이 예정된 故 배형규목사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이날 장례식에는 피랍자들도 참석할 계획이다.

샘안양병원, 샘여성병원 등으로 구성된 샘병원그룹의 박상은 의료원장은 피랍자들이 다니는 분당 샘물교회 장로를 맡고 있으며, 피랍사태 동안 가족들의 건강관리를 해 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