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실패를 겪으며 살아간다. 실패한 사람들에게 흔히 힘을 내서 앞으로는 성공하라고, 다음에는 전진하라고 용기를 북돋워준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도 하지 않는가?

독일 함부르크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네 취른트는 ‘실패’라는 말에 대해 이렇게 틀에박힌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으니 앞으로는 보다 나은 실패를 하라”고 말한다.

취른트의 ‘실패의 향연’(들녘 펴냄)은 입에 담기를 꺼리는 ‘실패’에 대한 자신의 사유와, 문학작품과 역사적 인물 등을 통해 시대에 따라 달라진 실패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먼저 “실패는 또 하나의 기회”라는 말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실패를 경험하는 순간 미래는 소멸되고, 자신의 현재와 과거가 한꺼번에 흔들리는 탓에 비전을 세울 수도 없고 무언가를 결정할 만한 입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어차피 피할수 없는 것이 실패라면, 그것에 두려움을 갖기보다 차라리 친숙해져 실패를 보는 시각이 왜곡되는 것을 막자고 제안한다.

이런 이유에서 실패를 관찰한 저자는 계몽주의자들이 말한 ‘완벽하다’는 개념에 주목한다.

그들은 ‘완벽하다’는 것을 인간이 이성을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계발할 수 있고, 인간이 도덕적으로 교화될 수 있다는 두 가지 개념으로 봤다.

저자는 이런 “계몽주의 전통을 가진 유럽과 미국 사회는 개인의 발전을 중시해 성공의 모습을 다양하게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의 열정을 부추겨 인간 스스로 무엇인가 창조해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이런 사회의 음지가 바로 사회적 좌절감”이라고 지적했다.

책은 시시포스를 그 예로 들었다. 큰 바위를 산 위로 올리면 그 바위는 다시 굴러 떨어지는, 그래서 상승과 추락이 태생적으로 함께 있는 여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통해 상황이 극단으로 복잡해지면 매우 지적이고 자신만만하고 재능이 있는 자라도 실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실패의 이야기들을 알게 된 다음에야 “우리는 비로소 실패를 있는 그대로, 현대인의 경험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현대사회 사람들이 “너는 이걸 헤쳐 나가야 돼”라고 요구받지만 “실패는 극복해야 하는 것이고, 실패를 통해 변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언제나 타당한 것은 아니며, 이것이야말로 성공 이데올로기의 유산이라고 바라본다.

저자는 “마치 절대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고와 인지 방식도 완전히 다르게 파악할 수 있다”며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문화를 바라본뒤 ‘실패’라는 말도 이전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오승우 옮김. 272쪽. 1만3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