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미국의 기술주들이 약세를 보이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아마존이 미국의 고용을 잠식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아마존의 대표인 제프 베조스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백악관의 문제들을 꼬집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갈등 이외에도 기술주를 흔들고 있는 근본적인 요인들이 있다.

기술주들은 개별 소비자들의 빅데이터(big data)를 모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별성 때문에 주가에 프레미엄이 붙었다. 빅데이터란 소비자들의 취향에 대해 남은 모르고, 나만 아는 비대칭적 정보이므로 어떤 사업도 할 수 있다는데 그 가치를 부여했었다.

그런데 이런 빅데이터 제공업체들이 공룡처럼 커지면서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비대칭 정보들을 쓰지 말아야 할 곳에 쓰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진영에 빅데이터를 제공했던 것은 이미 보도되었다. 인간은 탐욕에 약한 존재다. 그래서 개인 정보를 공공기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민간 기업이 개인정보에 접근하여 빅데이터를 만들기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미국, 중국, 유럽 대륙 별로 개인 정보를 공공기관이 제공하게 되면 해외업체들은 해당 지역에서 빅데이터를 만들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즉 빅데이터 서비스도 권역화될 수 있다. 우리는 아마존이 탁월한 빅데이터 서비스를 세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높은 주가 프레미엄을 부여했는데 만일 미국에 국한된다면 그 만큼 기업가치는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기술주는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증시가 붕괴될 것 같지는 않다. 주가는 기업실적과 주식을 따라 다니는 돈의 양, 즉 유동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주가는 기업 실적보다는 유동성에 의해 거의 설명되었다. 지금은 은퇴인구가 많아지며 주식을 비롯한 금융자산을 따라다니는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증시의 단기적인 변동성이 커지더라도 복원력도 강한 편이다.

기술주가 타격을 받으면 다른 스타일로 매수세가 분산될 것이다. 즉 배당가치주나 바이오텍 등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간다. 또 사람들은 희망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에 기술주 가운데 경제적 해자, 즉 핵심경쟁력이 있는 종목들로 다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단, 이런 기술주들을 저점매집할 때 주의할 것은 분할매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낙폭이 의외로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위 기술주로 유동성이 쏠려 있고, 또 미국은 공매도가 자유로워 매도압력이 예상보다 강할 것이다. 미국 증시는 풀(pool)이 크고 다변화되어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개별종목의 변동성은 상상외로 클 수 있다.

미국의 기술주들은 한국 증시에 의미있는 타격을 줄 수 있다. 왜냐하면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하며 관련 IT 부품 및 장비업체들까지 합하면 비중은 더 높아진다. 세계적으로 빅데이터 서비스의 보급이 늦어지면 서버(server) 관련된 투자가 지연될 것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에서 가장 매출 비중이 높고, 수익성이 좋은 부분이 서버용 반도체다. 그 투자가 줄 수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반도체 경쟁자들이 지난 수년간 경쟁이 완화되어 돈을 벌어 놓은 상태다. 싸울 수 있는 체력이 준비된 상태라는 것이다. 반도체 수요가 꺾일 수 있다는 기대가 조성되면 경쟁의 강도가 언제든지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은 기술주가 위축되었을 때 유동성을 흡수해 줄 수 있는 다른 산업들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삼성전자가 휘청거릴 경우 대체할 산업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증시는 기술주의 타격을 받아야 하는가. 한국의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일은 기성세대와 갈등을 빚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공부해서 새로운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