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태<br /><br />대구취재본부 부장
▲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

역사를 전공하신 광주의 국민의당 최경환 국회의원께.

경북 경산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과 동명이인이라 이렇게 서두를 꺼냅니다. 연합뉴스에 보도된 `호남 SOC 예산 역소외` 기사를 잘 읽었습니다. 최경환 의원이 호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광주를 사랑하는 의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를 보고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부산, 울산, 경남 지역민들은 부글거립니다. 특히 대구·경북은 SOC 예산이 반토막 이상 난 상황에서 최 의원의 발언은 불난 집에 부채질도 모자라 기름을 끼얹었다고 울분을 토하는 이들까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구·경북 지역 출신이 고위직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것도 모자라 SOC 예산마저 대폭 삭감이라는 악재를 안고 있어 울고 싶은데 뺨까지 때린 격인 상황입니다. 적확한 분석이기보다는 단순한 수치적인 해석에 가까운 최 의원의 발언에 영남권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달빛동맹을 통해 더 가까워지는 대구와 광주 사이에 다시 케케묵은 영호남 갈등이라는 생채기를 내고 오는 지방선거를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최근 대구·경북에 공들여온 노력이 최 의원의 한마디로 와르르 무너진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가진 광주의 모 언론과 인터뷰에도 “SOC예산 중 대구권, 부산권, 울산권 다 합해 광주권과 10배나 차이 나게 설계를 했다”며 “지역 불균형의 원인, 동일한 비율의 삭감은 또 다른 호남에 대한 차별이라는 부분을 지적하기 위해 자료를 분석해 10배 차이가 나서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호남의 면적과 인구를 비교하지 않더라도 SOC예산 배정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시니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광주와 대구의 전체 SOC규모나 한번이라도 대구·경북지역을 방문했다면 이런 SOC 역소외 이야기는 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광주와 여수, 목포, 광양 등 호남 여러 지역을 방문했을 때 지역과는 달리 구석구석까지 잘 놓여진 도로와 각종 SOC시설들에 놀랄 따름입니다. 전남 목포에 막역하게 지내는 대학후배가 한 명 있습니다. 올여름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때마다 느끼지만 대구는 30년 전과 비교하면 아파트만 늘었지, 대학때 왔을때와 바뀐 게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대구만 해도 동구 팔공산 주위, 달성군 등 외곽지에는 시내버스마저 다니지 못하는 오지마을이 산재해 있을 정도로 전국에서 자전거 트레킹이나 노거수 탐방 코스로 각광 받을 정도입니다.

경북은 대부분 산지인데다 지자체 청사가 있는 곳과 안동, 포항, 경주, 구미시 및 몇몇 관광지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오지에 속할 정도로 SOC예산이 시급한 곳이라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과거 여러 명의 대통령이 배출된 지역인데도 SOC 현실은 이렇게 암담합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주권과 10배의 차이가 나는 대구·경북을 위해 출향인사까지 포함된`TK특별위원회`로 대구식수원 이전 문제, 달빛철도 등 현안을 챙기고 있을까요?

혹자는 조선시대 때부터 영남은 득세하면서 실익을 취했다지만, 당시 이익을 취한 이들은 기호지방에 사는 영남인으로 오늘의 서울 TK 인사와 같으며 실제 대구·경북 지역은 거의 유배지나 다름없이 홀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영남사림이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전국의 사림을 대표할 수 있었다는 분석 등은 역사를 전공하셨으니 더이상 언급치 않겠습니다.

영남이 조금 득세한 것도 최근 몇 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구·경북 입장은 최경환 의원의 말이 오히려 영남 역차별로만 들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구·경북의 오지상황을 최경환 의원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오길 정중히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