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세계 반도체의 아이콘` 인텔이 삼성전자에게 왕좌를 내줬다는 뉴스는 전 세계에 결코 가볍지 않은 쇼크를 일으켰다.

80년대 PC가 처음 나왔을 때 인텔은 집적회로(IC)의 절대 강자였고 넘을 수 없는 벽이었으며 칩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했었다. 그런 인텔을 삼성이 추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15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 인텔을 수억 달러 차이로 제치고 매출 기준 세계 반도체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1991년 세계 1위로 올라섰던 인텔이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뺏긴 셈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칩 부족 현상으로 인한 삼성의 선전이 당분간 계속되며, 비메모리 칩 중심의 인텔은 당분간 1위 탈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인텔은 1968년 7월 화학자 고든 무어와 물리학자이자 집적회로를 공동 개발한 로버트 노이스가 페어차일드반도체를 떠나 세운 회사다. 이 회사는 후에 `Intergrated Electronics`(집적전자)을 줄인 인텔(Intel)로 이름을 바꾸고 세계시장을 호령하기 시작했다. 1971년 세계 최초로 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인텔 4004를 개발하고, 1978년 개인용 컴퓨터에 장착되는 16비트 8086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출시했다. 1981년까지 주로 메모리칩 SRAM, DRAM 개발에 역점을 뒀다.

전세계를 뒤흔든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프로그램도 인텔의 작품이다. CPU 광고 시대의 브랜드는 단연 인텔이었다. 세계 전자 제품 메이커들은 물론 한국의 삼성도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인텔의 CPU를 장착한 컴퓨터에 `Intel Inside` 로고를 부착한 것으로 반도체와 같은 생산재 부품 광고는 당시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1993년 팬티엄 프로세서를 처음 출시하면서,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주요 공급업체가 됐으며, 1997년 전 세계 PC칩 시장의 80%를 점유했다.

하지만 굳건했던 인텔의 반도체 왕국도 26년 사이 1978년 후발주자로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 손에 흔들리게 됐다. 여기서 잠시 인텔 `무어의 법칙`과 삼성 `황의 법칙`을 생각해 보자.

인텔 창립자 고든 무어는 1965년 기고를 통해 향후 최소 10년 간 마이크로칩의 성능이 매 1년마다 두 배씩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1년으로 설정했던 주기를 1975년에 2년으로 수정하면서 세간에 `무어의 법칙`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무어의 법칙은 발표 후 30년 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이 맞아 떨어지면서 오늘날에는 반도체산업의 연구개발(R&D) 계획 수립을 위한 중요한 지침이 되어 왔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발전 속도에 관해서는 `황의 법칙`이 제시되어 있다. 이는 삼성전자 전임 사장인 황창규 박사의 주장에 의한 것으로, 메모리 반도체 집적도가 매해 두 배씩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기는 2008년 삼성이 128GB NAND 플래시 메모리를 출시하지 못함에 따라 깨지게 된다.

아이러니컬하게 무어의 법칙은 오랜 기간 유효했고 더 유명한 반면, 황의 법칙은 쉽게 무너졌고 덜 유명했다.

그러나 쉽게 무너진 황의 법칙은 오히려 삼성에 큰 자극제가 됐다. 발전의 속도에 자신감을 심은 것이 바로 황의 법칙이다. 삼성은 이익 마진이 작다는 메모리칩 기술 분야에 집중했고 이 분야에서 단연 선두를 달려왔다.

반면 인텔은 회사의 핵심시장인 PC와 기업용 서버에 대한 초점을 유지하면서 컴퓨터용 프로세싱 칩 개발에 집중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마진은 컸지만 IT산업 흐름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PC 수요 감축이 인텔에 큰 타격이 됐다.

기업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삼성의 우세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끊임없는 혁신전략과 시장을 읽어내는 힘만이 승리를 보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