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끔 보는 망고식스라는 디저트 전문점이 있다.

간판이나 인테리어도 독특하지만, 필자는 늘 `왜 식스(6)일까? 저기서는 망고만 먹는건가?` 그런 호기심을 가졌었다.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쉬운 그런 재미있는 브랜드였다. 어제 그 망고식스의 강훈(49) KH컴퍼니 대표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소식을 들었다. `창업의 천재`, `한국 프랜차이즈의 역사책`이라고 불리우는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창업을 열망하는 많은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창업을 가르치는 교수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신세계그룹 공채 출신인 강 대표가 커피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년전인 1997년. 신세계그룹의 `스타벅스 국내 출시팀`에 배속됐고, 스타벅스 커피의 국내진출을 위해 미국 출장을 간 그는 성장하는 미국 커피 시장을 보고 돌아와 사표를 내고 토종 커피 브랜드 `할리스 커피`를 창업했다고 한다. 할리스커피를 성공시킨 후 2004년 회사를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매각하고 휴식기를 거친 후 그는 다시, 카페베네의 마케팅 본부장으로 영입되며 커피 시장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연예인을 활용한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고, 카페베네는 점포 수 기준 업계 1위가 됐다.

그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때였고, 이쯤 그가 쓴 책은 `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였다. 전문적인 용어로 이는 `소비자 선점 전략`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원하는대로 반응하는 반응 전략으로 험난한 싸움을 계속하는, 즉 따라하는 전략에서 소비자를 선점하기 위해 소비자를 끌고 가는 전략을 말한다. 이 전략은 사실상 컴퓨터칩으로 유명한 미국 인텔의 전략 중 하나였다.

자신감을 얻은 강 대표는 2010년 카페베네를 나와 KH컴퍼니를 설립하고 디저트 전문점 망고식스를 열었다. 야심찬 그의 전략과 공격적 경영은 이후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비슷한 디저트 전문점이 등장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고, KH컴퍼니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10억원, 11억원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한다.

최근 KH컴퍼니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망고식스의 자매 브랜드인 쥬스식스와 커피식스를 운영하는 KJ마케팅도 회생 신청을 냈다. 그가 쓴 책 `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의 전략은 소비자 선점 전략을 구사하기로 유명했던 소니(SONY)를 생각케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보다는 소비자가 살 수밖에 없는 제품으로 유명했던 워크맨(Walkman)의 성공으로 자만에 빠졌던 소니는 스마트폰의 트렌드를 읽지 못해 뒤지기 시작했다.

소니는 1950년대 초반 전자제품의 기반 기술이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이전하는 변곡점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워크맨과 콤팩트디스크(CD)로 이어지는 혁신을 주도하면서 아날로그 시대에 세계 음향가전 시장의 절대 지존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소니의 성공신화는 디지털 혁명의 풍랑을 만나면서 좌초했다. 하드웨어의 시장 지배력을 소프트웨어 분야로 확장·결합시키려는 전략 방향은 타당했지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합시대의 주연 자리를 애플에 내주고 조연으로 전락했다. 소니의 실패는 20세기 아날로그 사고방식의 연장선에서 21세기 디지털 혁명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결국 선점 전략에 대한 자신감으로 반응 전략에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자신감 때문에 소비자의 욕구를 읽지 못했다는 점에서 망고식스와 소니는 공통분모가 있다. 할리스커피, 카페베네로 성공한 강 대표는 자신감 때문인지 포화된 커피시장, 소비자의 망고에 대한 이미지, 빙수의 계절성 등 소비자의 니드(NEED)를 정확히 읽지 못했다. `한국 창업의 대명사`인 한 젊은 사업가의 죽음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위한 좀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하고 더불어 시장을 읽어내는 능력을 더욱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