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2015년 제기한
수명연장 처분 무효소송
법원, 절차 하자 등 이유
“연장 처분 취소하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
원안위는 항소 뜻 밝혀
재가동 논쟁 또다시 점화

지난 2015년 경주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결정에 대해 법원의 취소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경주 등 지역에서는 당장 이날부터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된 월성 1호기의 재가동 논쟁이 재점화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호제훈 부장판사)는 7일 원전 지역 주민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낸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결정 과정에서 원자력안전법령이 요구하는 운영변경 허가사항 전반에 대한 변경내용 비교표가 제출되지 않았고, 허가사항에 대해 적법한 심의·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위원회 위원 중 2명은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위원 결격 사유가 있는데도 심의·의결하는 데 참여했다”며 절차상 하자를 지적했다. 또한 원자력안전법령은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 과정에서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월성 2호기 설계기준으로 적용한 바 있는 캐나다의 최신 기술기준을 1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에 적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이 같은 위법 사유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연장처분이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일부 승소 판결의 취지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전체 원고 중 원전부지 80㎞ 바깥에 거주하는 이들이 제기한 소송은 원고 자격이 없다”고 판시했다.

원안위는 이날 판결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한 관계자는 “원안위는 원자력안전법령에 따라 연장 여부를 심의·의결했고, 기술적인 사항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심사한 결과를 반영해 수명연장 허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므로 항소할 계획”이라며 당초 주장을 다시 한 번 피력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명확한 입장이 정리되면 향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아직까지는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유지하겠다는 것이어서 법원의 최종 판결 때까지 가동중단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진보정당과 환경단체는 환영하고 나섰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이날 “이번 취소 판결을 환영하고 월성 1호기 가동을 즉각 중단하고 폐쇄하라”면서 “이은철 전 원안위 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조성경 위원도 마땅히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원자로의 수명연장을 거의 하지 않는 외국의 사례 상 이번 판결은 당연하다”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이은 국내 지진 사태와 이번 판결까지 더해져 국내 원전 정책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와 함께 앞으로 폐로 논의가 우리나라에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월성 1호기 인근 주민들을 비롯한 시민 2천167명은 원안위가 지난 2015년 2월 27일 월성1호기 수명 10년 연장을 결정하자 그해 5월 18일 무효 소송을 제기해 지난 1월 4일까지 모두 12번의 재판이 진행됐다.

경주/황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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