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제3지대론은 문자 그대로 제1지대도 제2지대도 아닌 제3의 세력의 결집을 말한다. 원래 제3지대는 전통적인 보수나 진보의 이념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보수와 진보를 지향하면서 표방된 개념이다. 이 나라 정치는 촛불민심과 탄핵 정국으로 대선일이 6개월 이상 앞 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3월 초 헌재의 탄핵이 결정된다면 두 달 후 5월 초 대선일이 확정될 수밖에 없다. 대선일이 당겨질수록 현재 사분오열된 우리 정치의 지형 상 3지대론은 더욱 부상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3지대는 어떤 모습을 띌 것이면 과연 성공할 것인가. 대선 승리를 위해 제3지대에서는 어떤 텐트가 펼쳐질 것인가. 박 대통령의 탄핵 정국과 그 책임문제로 집권 새누리당은 이미 두 동강으로 분열되고 말았다. 비박의원 29명은 탈당하여 `바른 정당`이라는 신당을 출범시켰고, 99명의 의원이 잔류한 새누리 당은 당 쇄신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들이 독자적인 후보를 통한 대선 승리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안철수의 국민의 당은 지난해 이미 더불어 민주당을 탈당하여 호남기반의 신당을 창당하였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을 제외하면 유력한 대권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제3지대론은 반기문 대망 론과 연계되어 있다.

지난 12일 반기문의 귀국과 사실상의 대권선언은 제3지대론을 더욱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제 제3지대는 반기문의 선택에 의해 그 범주와 방식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기문이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중 어떤 정당을 선택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박 대통령 탄핵의 공동 책임자인 친박 새누리당에는 입당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렇다고 야권인 국민의 당에 선뜻 입당하기도 어렵다. 그로서는 호남 지역 당으로 전락한 국민의당이 탐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당의 정체성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반기문이 신설된 `바른 정당`의 중도 개혁적 성격은 선호하지만 선뜻 입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른 정당 역시 대통령 탄핵문제에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현재로서는 지지기반이 협소한 제4당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신당을 창당하여 당 대 당 흡수나 통합을 주장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부족하여 가능성이 희박하다.

결국 반기문은 당분간 정당에 가입하지 않고 제3지점에서 민심을 살피면서 정치적 선택 기회를 저울질 할 것이다. 그러면서 민생 스킨십 정치를 펼치면서`통합의 리더십` 등 정치적 어젠다를 발표할 것이다. 그러다가 설 이후 `정치 개혁`이나 `협치`를 명분으로 여러 가족이 한 지붕 아래 모이는 텐트를 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작은 텐트가 될지 큰 텐트가 될지는 반기문의 정치 역량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인물 중심의 정치 연합이든 정당연합이든 대선 승리를 위한 임시 텐트인 것은 분명하다. 이 때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은 본격화될 것이며 이때 새누리당과 바른 신당의 합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반문 패권주의를 내세운 국민의 당 일부도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의 DJP 연합과 같은 집권 시나리오가 대두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러한 제3지대 선거 연합 시나리오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제3지대의 반(反)문 선거 연합은 가능하지만 성공은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호남 중심의 국민의 당, 영남 중심의 바른 정당이 충청기반의 반 기문을 후보로 옹립하면 대선의 승리가 보장될 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우리의 정치사의 경험을 통해 볼 때 이러한 제3지대나 제3당 후보가 정당의 확고한 토대없이 성공한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상황은 과거 3당 통합이나 DJP 연합과는 상황과 성격이 다르다. 또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손학규, 유승민 등의 합의와 승복도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나아가 반기문 앞에는 대선 후보 검증이라는 험준한 산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