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제 탈출구는
② 청년실업률 최저 `청년문제 청정국가` 오스트리아

▲ 오스트리아 수도 빈(Vienna)을 상징하는 슈테판 대성당 측면 전경.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양식 건물로서 모자이크 지붕이 인상적이다. /안찬규기자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 국민에게 친숙한 나라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혼동하기 마련이다. 오스트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가 태어난 나라로,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아내 프란체스카 도너(Francesca Donner)도 그 출신이다.

유럽 대륙 중앙에 있는 이 나라는 중도통합형 복지국가로 영미식 신자유주의나 북유럽식 보편적 복지보다는 실용적인 복지국가 모델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도 세계 18위를 기록하는 등 소득수준이 높다. 국가 실업률은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취재기획단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과 잘츠부르크를 찾아 기본소득네트워크와 선진 청년 지원정책을 취재했다.

출생부터 사망까지 기본소득 보장 주장
부자·상위 10% 계층 증세로 재원 마련
2006년 시작 2018년 국회에 시민청원 목표
현재 유럽 전역 25개 네트워크가 운영

오스트리아사회주의청년연맹 실업 최소화 운동
기업에 총매출액 대비 세금 부과 세원 확보
주 30시간 노동 단축은 질병·의료비 감소
더 많은 일자리 더많은 사람에 제공 가능

□중도통합형 복지국가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황제의 나라로 서구의 변방과 동서의 교차로에 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Vienna)은 19세기 말 유럽 최고의 도시로 꼽혔다. 인근 유럽 국가들보다 자유주의와 산업화, 민주화가 늦게 진행됐고, 현재까지도 엘리트주의적 정치문화가 남아 있다. 아돌프 히틀러가 태어난 나라로, 세계대전 가해 세력으로 분류돼 제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의 분할 신탁통치를 거쳤다.

자본주의체제와 사회주의체제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중립을 선택했으며, 화해와 타협, 조정과 중재, 점진주의와 실용주의, 융합과 재창조 등을 모형으로 한다.

중도통합형 복지국가인 오스트리아는 개인 소득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걷는다. 이는 가족지원금, 취학아동 양육수당, 실업수당, 출산수당, 연금 등 복지재원으로 사용된다. 일반 의료비가 무료이며, 25세까지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특히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이나 성인에게도 직업교육지원금을 지급한다.

□기본소득 붐(boom) 이뤄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유럽국가에서는 국가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매월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무조건 지급해야 한다는 기본소득보장 운동이 활발하다.

클라우스 삼보(79)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장은 “기본소득 도입이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는 2006년 공식 출범했다. 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한 홍보물을 만들어 배부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5천여명으로부터 도입찬성 서명을 받아냈다. 오는 2018년 오스트리아 국회에 기본소득 도입 시민청원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으로는 7개 이상의 나라에서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유럽연합의회에 청원하고 2020년 도입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14년 1차 청원 운동을 진행했으나, 6개국에서 30만명의 서명을 받는데 머물러, 청원에 실패했다. 이후 꾸준한 활동으로 기본소득 운동을 확산했고, 현재는 유럽 전역에 25개 기본소득네트워크가 운영돼 전망을 밝히고 있다.

기본소득네트워크는 기복소득이 인간의 기본권으로, 출생부터 사망까지 기본소득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 보장 △보편적인 기본소득 보장 △개인을 기반으로 하는 소득 보장 △최소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기본소득 보장 등 4가지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가장 큰 걸림돌이 재원 마련이다. 그들은 부자증세로 국가 양극화 현상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위 10% 계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

 

▲ 클라우스 삼보(79)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장.<br /><br />
▲ 클라우스 삼보(79)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장.

클라우스 삼보 회장은 “청년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으로 공부하고,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려면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상위층이 누리는 혜택이 분산되는 것이 청년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난 5월 비엔나대학교 경제학과 학생을 상대로 기본소득 관련 특강을 했는데, 2천여명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며 “6월에도 전국 40개 지역에서 천여명의 청년들이 기존 정치에 불만을 느끼고 주거와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기본소득 캠페인으로 `마인 그룬트아인콤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54명에게 1년간 월 1천 유로(약 128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청년들이 말하는 `청년문제`

오스트리아 사회주의청년연맹 율리아 헤르(23·여) 의장과 돌란트 플락히(23) 대변인은 낮은 최저임금, 비싼 집값, 난민 문제 등을 청년 삶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사회주의청년연맹은 현재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 산하 청년조직으로 120년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는 오스트리아 16~22세 청년 7만여명이 가입해 활동한다. 연맹은 사민당의 산하 조직이지만 그들의 정책과 입장이 다를 때는 철저히 반대의견을 내기도 하는 독립된 조직이다.

오스트리아 청년실업률은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그들은 실업률을 더 줄이고자 다양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연맹이 추진하는 청년문제해결을 위한 운동은 `가치창출 부담금`과 `주당 30시간으로 노동시간 단축` 도입이다.

`가치창출 부담금`은 집권당이 추진 중인 정책으로 가치가 창출되는 곳에서 세금을 내게 하는 재원확보 방안이다.

율리아 헤르 의장은 “소수 고용주가 대부분의 일자리를 쥐고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지만,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오스트리아의 세율이 높다 보니 회사나 주거지를 룩셈부르크나 아일랜드 등 세율이 낮은 곳으로 옮긴다”고 실태를 지적했다.

이어 “재원을 허투루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가치창출 부담금`을 도입해 기업 총매출액(순수익) 대비 일정액을 세금으로 내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스트리아에선 현재 법적 노동시간이 주당 40시간, 산업별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단체협약상으로는 주당 38.6시간이지만, 잔업이 많아서 통상 법적 노동시간을 웃돌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높고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연맹의 주장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스트레스도 줄고 질병이 적어져 오히려 의료비 등 복지비용 부담이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또 일자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실업률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연맹은 여성과 남성 간 임금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펼치고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는 일자리가 적은 건 아니지만, 급여 등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하는 것이 청년들의 고민”이라며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를 느끼는 청년들이 직접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연구해 국가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