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제 탈출구는
① 길 잃은 대한민국 청년들

최근 우리나라 청년들은 스스로를 `헬 조선(지옥 같은 한국 사회)`이라는 단어 아래 가둬놓고 희망과 꿈을 포기한 안타까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연애, 취업, 외모관리, 인간관계, 결혼은 물론 출산까지 모두 포기한 `N포 세대` 세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난 9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9.4%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당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를 받던 외환위기 시절임을 생각하면 현재 청년실업률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정부는 매년 약 2조원을 청년실업 대책에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일자리 정책은 청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지 못하는 실정이다. 본지는 우리나라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과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했다. 세계적으로 청년지원정책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2개국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청년정책 방향을 5회에 걸쳐 제시하고자 한다.


청년실업률 지난 9월기준 9.4%
10명 중 1명은 `백수`인 셈
학생·취준생·취포생 등 포함하면
체감 청년실업은 30~40%에 이르러
OECD 회원국 중 한국 등 5개국 상승세

청년문제 해결 시동 건 경북도
올 1월 전국 최초 `청년취업과` 신설
`1사-1청년 더 채용하기` 프로젝트도 가동
청년일자리 창출 성과 속속 이어져


도서관·편의점이 전부인 공시생 4년차
알바 편의점서 쪽잠 자며 시험준비
`인생역전`은 공무원 임용 뿐이던가…

#새벽 4시. 알코올 냄새를 풍기며 해장 음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멈추는 시간이다. 포항 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인 이호진(29·가명)씨는 이 시간이 좋다.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4년째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그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쓸 면목이 없어서다.

학사모를 쓰고 기뻐했던 기억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의 첫 일과는 직장이 아닌 도서관 출근이다. 두꺼운 책을 뒤적이다 어둠이 내리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편의점 계산대를 베개 삼아 쪽잠을 자기도 한다. 그가 누울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정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이지만, 다른 일은 엄두도 못 낸다. 취업문이 바늘구멍보다 좁기 때문이다. 그는 `인생 역전`을 위한 돌파구는 공무원 임용뿐이라는 일념으로 오늘도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

중졸 출신인 일명 `흙수저` 20대 청년
어린 나이부터 건설현장 일용직 전전
햇빛 그리운 쪽방 벗어날 날은 언제…

#김정훈(27·가명)씨는 가난이 싫다. 그는 요즘 흔히 말하는 `흙수저`이다. 홀로 가계를 담당하는 어머니의 부담을 덜고자 고등교육도 마치지 못했다.

어린 나이부터 일용직 근로자로 건설현장을 전전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삭신이 쑤신다. 다른 직장을 구하고 싶지만, `중졸`이라는 이유로 서류지원도 쉽지 않다. 국가가 지원하는 직업교육도 쉽게 받을 수 없다.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생활도 8년. 아무리 발버둥쳐도 지독한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 일거리가 줄면서 기본적인 생활도 어렵다. 그는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쪽방 월세를 걱정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헬조선` 외친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 `우리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같이 규정하고 있으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는 그에게 다른 나라 얘기다.

■ 우리나라 청년실업 현주소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매달 고용지표를 발표할 때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다. 지난 9월 기준 9.4%를 기록, 대략 10명 중 1명은 `백수`인 셈이다.

그러나 청년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청년실업은 이보다 훨씬 가혹하다. 실업률을 산정하는 경제활동인구에 학생, 취업·공무원 준비생, 비경제활동인구(취업을 포기한 사람) 등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청년실업률이 30~40%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니트(NEET)족 증가도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니트족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ning`의 약자로 정규교육을 받지도 않고, 노동시장에서도 제외되어 있으며,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청년층을 의미한다.

2014년 한 조사에서는 청년층(만 15~29세) 950만명 중 취업자와, 학생을 제외한 니트족은 163만명(17.2%)이라고 집계된 바 있다. 특히 니트족은 수입창출이 불가능해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잠재실업률 상승 때문에 국가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각종 일탈행위의 잠재요인으로까지 분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세계적 문제 `청년실업`

청년실업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지난해 평균 청년실업률도 11.6%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그리스가 41.3%로 가장 높았고, 스페인(36.7%), 이탈리아(29.9%), 포르투갈(22.8%), 프랑스 (18.9%)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일본은 5.3%를 기록하며 가장 낮았고, 독일(6.5%), 아이슬란드(7.0%), 스위스(7.1%), 멕시코(7.7%), 노르웨이(8.2%), 오스트리아(8.4%), 미국(9.1%) 등도 한국보다 낮은 편에 속했다. 청년 실업률이 상승 추이를 보이는 회원국은 우리나라(0.2%p)를 비롯해 핀란드(1.8%p), 노르웨이(1.5%p), 터키(0.5%p), 네덜란드(0.3%p) 등 5개 나라다.

나머지 29개 회원국은 청년 실업률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하락했다. 청년실업률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국가는 아일랜드(-3.9%p), 슬로바키아(-3.7%p), 그리스(-3.7%p), 스페인(-3.0%p) 등으로 집계됐다.

■ 경북도 청년실업문제 해결 `집중`

경북지역 청년실업률은 6월 기준 9.61%로, 일반실업률 3.21%보다 6.4%p 높다. 포항 철강산업과 구미 전자·전기사업 등도 어려움을 겪으며 청년들의 취업길은 더 험난해졌다.

지역 인재 유출현상까지 가속화하면서 청년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올해 신도청 시대를 맞은 경북도의 청년 정책은 슬로건 하나로 집약된다. 바로 `경북청년! 일·취·월·장`이다. `일찍 취직해 월급 받아 장가(시집) 가서 부모님께 효도하자`는 내용으로, 청년일자리 1만2천개를 창출하고 이와 동시에 청년 고용률 45%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도는 청년실업문제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 1월 전국 최초로 `청년취업과`를 신설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청년취업 문제를 노동시장 원리에 맡겨 두기에는 사회적 시급성이 절박하고, 기업과 사회의 동반성장 측면에서 청년고용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숨어 있는 일자리를 찾아내는 데 주력한다는 복안이다.

이는 다른 정책보다 청년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김관용 경북지사의 신념에서 시작됐다.

`1사(社)-1청년 더 채용하기`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도는 올해 3월 7일 상공인, 대학, 경제·노동단체, 지자체 등의 대표와 도민들이 모여 청년일자리 늘리기 범도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청년 구직자와 도내 우수기업의 연결에 도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자는 활성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각 기관의 대표들과도 경북도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를 별도로 발족해 청년일자리 확충을 위한 장·단기 계획 수립과 정책 개발 자문의 시간을 자주 갖는 등 청년취업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도의 이 같은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까지 취업자 145만6천명, 고용률 63.7%를 기록했다.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중 제주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실적이다. 청년 실업률(9.61%)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지만, 다른 지역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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