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태<br /><br />문화평론가·대구가톨릭대 산학교수
▲ 김성태 문화평론가·대구가톨릭대 산학교수

대구시립극단은 지난 2~4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차오위 원작의 `뇌우`를 무대에 올렸다. 차오위는 중국의 셰익스피어라고 일컬어지는 중국 현대 연극의 아버지이다. 그의 첫 작품 `뇌우`(1934)는 이듬해 산동성 제남시에서 초연된 뒤 중국각지와 도쿄에서도 공연되었다. `뇌우`는 영어로 번역, 공연되어 성공한 몇 안되는 중국 희곡이다. 여러 번 영화화되기도 했고, 오페라로 상연되기도 하였다. 1957년 홍콩에서 만든 영화 `뇌우`에서는 당시 17세의 배우 이소룡이 원작 속 같은 나이의 둘째아들 주충 역을 맡기도 하였다. 장예모 감독, 주윤발, 공리 주연의 영화 `황후화`(2006) 의 원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제2대 대구시립극단 대표를 역임하고 중국에도 발이 넓은 극단 뉴컴퍼니 대표 이상원이 객원 연출한 이 중국 작품은 무대디자인을 맡은 류샤오춘을 비롯한 중국인 전문 스탭들도 참여하여 완성도를 더 높였다. 사실상의 한중 합작이다. 음악과 의상 등 모든 스탭의 역할 그리고 출연배우 10명의 연기도 훌륭하였다. 원래 전 4막에다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도 있는 4시간 이상의 긴 작품인데, 인터미션 없는 1시간 45분 분량의 몰입도 높은 우리말 연극으로 잘 엮어 내었다.

광산업으로 부를 축적한 주푸위앤(55·박승득 분)의 집에 루꿰이(48·박상희 분)와 루쓰펑(18·오서연 분) 부녀가 하인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 집의 젊은 부인 판이(35·김정연 분)는 쓰펑을 쫓아내려고 한다. 왜냐하면 쓰펑은 판이가 정을 통하던 의붓아들 주핑(28·김동찬 분)과 사랑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아들 주충(17·박찬규 분)은 쓰펑을 사랑하여 그녀를 붙잡으려 한다. 주푸위앤의 집은 지금 전기공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루꿰이의 아내 루쉬핑(47·백은숙 분)은 원래 주푸위앤의 여자로 두 아들을 낳은 뒤 버림받았다. 주푸위앤은 쉬핑에게서 큰아들 주핑을 뺐아가고 갓난 아기만 남겼다. 그리고 지금 그 아기 루타하이(27·최우정 분)는 주푸위앤 광산회사의 노조위원장으로서 주푸위앤이 생부인지도 모른 채, 핑이 자신의 친형인지도 모른 채 격렬한 노동운동을 하고 있다.

한편 루쉬핑은 딸 쓰펑이 일하는 곳이 어떤 집안인지도 모른채 쓰펑을 만나러 주푸위앤의 집으로 온다. 그리고 마침내 주푸위앤을 만나고 꿈에도 그리던 첫 아들 핑도 보게 된다. 그러나 타하이의 행패로 의붓아버지인 루꿰이와 동생 쓰펑마저 주씨 집안에서 쫓겨난다.

직장을 잃어 화가 난 루꿰이는 마님 판이와 큰아들 핑의 관계를 고자질하러 주푸위앤의 저택으로 오고 쓰펑도 연인 핑을 만나러 저택으로 온다. 어머니 루쉬핑은 이들 이복남매 간의 결합을 막으러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만 이미 이 둘의 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 결국 어머니는 두 남매보고 멀리 떠나라고 당부한다. 이렇게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 주푸위앤이 들어와서는 루쉬핑이 옛날 자기가 버린 여자였다고, 그래서 핑과 쓰펑은 남매간이라고 털어 놓는다. 충격의 침묵이 지난 뒤 쓰펑과 충이 뇌우가 휘몰아치는 집밖으로 나가서 전기에 감전되어 죽는다. 그리고 핑은 자살한다.

시립극단 최주환 대표는 부임 후 매번 대구시민에게 수준높고 특별한 무대를 선사하여 주었는데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상원의 능숙한 각색과 연출이 매우 효과적이었고, 백은숙과 김정연을 비롯한 시립극단 배우들의 연기 또한 나무랄 데 없었다. 주푸위앤 역을 맡은 객원배우 박승득의 연기도 안정되었고, 공개오디션을 통해 뽑은 쓰펑 역 오서연의 미모와 연기도 한몫하였다. 향후 같은 역을 맡았던 백성희 같은 대배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