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다시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다. 몇 해 전 거론되었던 핵무장론이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와 원유철 의원 등 의원이 가세하고 일부 대권 후보들이 지지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을 앞두고 다시 6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가 대북 핵 억지력을 얻지 못한 결과이다. 독자적인 핵무장론은 상당한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아직도 공식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독자적 핵개발이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야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 다시 거론된 독자적인 핵무장론은 상당한 명분과 근거를 가지고 있다. 사실 4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2270호의 대북 제재결의는 국제적 공조 여론은 확산했으나 당사자인 북한의 5차 핵실험은 막지 못했다. 더구나 대북제재의 핵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지도 못했다. 중국은 아직도 원칙 면에서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하면서도 개별 국가의 제재에는 찬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간파한 북한 당국은 북핵에 대한 국제적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핵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북의 핵실험은 그들의 단순한 충동이나 돌출이 아닌 자기 나름의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핵무장론자들은 우리도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하여 북핵에 대한 실질적인 억지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이 초래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우선 명분상으로 무지막지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적절하고 정당한 응징 방법이라는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론이 당면한 사드 배치를 정당화할 수 있고, 미국의 전술핵 배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된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술핵을 남한에 재배치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사드 배치 이상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을 중국과의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부 핵무장론은 북한의 핵실험까지 반대하는 중국이 이를 수용할 리는 만무하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독자적인 핵무장은 우리의 외교나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클 것이다. 명분상으로도 그동안 북핵을 꾸준히 반대하던 우리가 입장을 바꿔 자체 핵개발을 추진할 경우 역설적으로 북핵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또한 우리가 핵개발을 하려면 북한처럼 핵확산 금지조약(NPT)과 국제 원자력기구(IAEA)부터 탈퇴해야 한다. 이러할 경우 우리는 국제적 제재를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북한의 `쪽박 경제`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세계 경제 규모 13위, 수출규모 6위인 우리의 수출의존형 경제가 떠안아야 할 부담은 너무 클 것이다. 더욱이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은 핵 잠재국 일본의 핵무장을 촉발하여 동북아의 긴장은 더욱 가속화될 위험이 크다.

그러므로 우리의 독자적인 핵무장론은 안보상 그럴듯해 보이지만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여권의 일부 핵무장론자들이 핵무장을 쟁점화 하여 내년 대선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또 다른 역풍을 맞을 지도 모른다. 이는 국론 분열만 가중시키고 우리의 실질적 안보와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라는 대응방식은 여론의 지지는 받을지 몰라도 독자적 핵개발의 정당한 명분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인내력을 갖고 유엔을 포함한 대북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의 비핵화를 유도해야 한다. 여기에는 대화도 하나의 방식이다. 우리는 북핵문제에 관한한 대중국 설득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 우리의 독자적인 핵무장론은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고려하는 입장에서 냉철하게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