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아시아·아프리카 회의`가 열렸다. 사이 좋게 지낼 방안을 강구하자는 모임이었지만, 각국들은 정치체제 등 많은 부분이 달라서 쉽게 합의에 도달하지 못 했다. 그때 중국의 주은래 총리 겸 외교부장이 “큰 공통점에도 작은 차이점이 있고, 큰 차이점에도 작은 공통점이 있다. 걸림돌이나 갈등에 매달리다 보면 공동의 이익을 놓친다”며 “우선 공통점을 선택하고 차이점은 남겨 서서히 풀어가자” 했다. `구동존이`였다. 다들 “맞다!”하고는 `평화 10원칙`을 만들어냈다.

영국령이었던 홍콩이 중국에 귀속될 때도 “한 나라가 되었지만 정치체제만은 따로다. 영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오래 살아온 홍콩이 중공의 체제에 적응하기 어려우니, 홍콩은 홍콩인이 다스린다”는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채택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이 삐걱거린다.

지난 4일 홍콩 입법회의(국회) 의원 선거에서 `홍콩 독립`을 외치는 청년들이 대거 당선됐다. “중국의 간섭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발끈해서 “홍콩 독립 주장은 국가의 주권과 안보를 저해하는 것으로, 홍콩 독립 관련 활동을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대만과도 구동존이 정신에 따라 `합방`을 했는데, 친중국 성향의 민진당이 집권할 때는 그냥 넘어갔지만, 독립당이 등장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독립`소리만 나오면 중국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관광객을 반으로 줄이는 등 경제제재를 가한다. 법치국가 체제에서 살아왔던 대만이 중국의 일당독재 지배를 참지 못하고, 독립성향의 원주민 출신인 `차이잉원`을 총통으로 뽑은 지금 그 갈등은 더 심하다. 존이(存異)는 허울에 불과하고, 힘으로 눌러 구동(求同)으로만 몰아가니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한국과 국교를 열때도 구동존이를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 `사드`를 가지고 간섭을 한다. 경제보복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내정을 간섭한다. 구동존이에는 이런 음흉한 함정이 있다. 한국·대만·홍콩이 연합해서 대항할 일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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