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드디어 우리나라도 1인가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1천956만 가구 중 1인가구 비중이 27.2%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등장했다. 인구 노령화와 싱글족의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노부부가 사별하면 재혼이 어렵다. 그 한가지 이유는 자녀들이 부모들의 유산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젊은 이들이 노력해도 처지를 바꿀 수 없는 현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지 모른다. 한편 젊은 이들은 아이를 양육할 재정적 자신이 없어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

1인가구가 늘수록 그 경제적 여파는 어떨까? 사람이 혼자 살면 첫째, 바빠진다. 혼자서 집안일을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외부로부터 배달이 늘어나기 마련이고, 택배의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한다. 또 포장재 수요도 함께 늘어남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1000mg 우유가 1인가구 증가로 인해 500mg 우유 두 개로 소비될 때 포장재는 20% 더 소모된다.

둘째, 외롭다. 반려동물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가족이 됐다. 동물의 수명은 사람보다 훨씬 짧다. 그들도 늙을수록 치명적인 병에 걸리게 되어 있다. 지금 인간을 위한 유전자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과정을 마치지 못했다. 그러나 반려동물에게는 먼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게임에 빠지는 젊은이들도 있다. 예전에는 젊은이들이 흥미(fun)를 위해서는 몇 시간 구부리고 앉아 있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휴대폰에 익숙해지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고, 이제 그럴 시간도 없다. 그래서 게임의 대세는 모바일 게임이 됐다. 여기서 한국의 게임업체들은 경쟁력을 잃었다. 과거 PC온라인 게임에서 걸작을 만들던 습관 때문에 모바일 게임도 복잡하고 무겁게 만들었다. 이런 게임들이 삼성이나 애플이 만든 휴대폰에서는 돌아가지만 중국이나 동남아 저급 사양 휴대폰에서는 작동되지 않는다. 문제는 게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 그곳이라는 점이다.

셋째, 나쁜 생각을 하게 된다. 신독(愼獨)이라는 옛말이 있다. “혼자 있을 때 삼가라”는 뜻이다. 2014년말 정부는 담배가격을 두 배로 올렸고, 그 당시 담배 판매량이 20%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그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혼자 있으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쉽게 담배를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젊은 이들은 작은 화면에 빠져든다. TV도 휴대폰으로 본다. 휴대폰이 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쉽게 숨을 수 있다는 측면도 작용할 것이다. OLED는 아직 대면적 화면에서 기술적 한계를 갖고 있지만 수요가 소면적 화면으로 넘어오면서 예상보다 이른 수요 회복을 즐기고 있다.

넷째, 가난해진다. 가계의 고정비를 혼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유경제에 관심을 갖는다. 같은 맥락에서 라면의 수요가 증가한다. 최근 프리미엄 라면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저가 라면에서 수요가 상향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음식 수요가 하향이동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라면 시장은 완전 포화되어 판매증가율이 정체됐었는데 지난해 라면 수요가 7~8% 증가한 것이 그 증거다.

끝으로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치매는 공포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 공약으로 치매 극복을 들고 나왔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며 치매 환자가 빠르게 증가한다.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노령인구 가운데 치매환자가 10%를 넘어서고 있다. 치매에 관련된 논문이 2000년대 초반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의 치료제는 그 초기 논문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약효가 좋지 못하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연구가 지속될수록 드라마틱하게 치매가 정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AIDS나 C형 간염도 불치병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약만 잘 먹으면 큰 고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