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막대 잡고 한 손에 가시 쥐고/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고려 말의 문인 우탁의 시조.

사람들이 다 늙음을 싫어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정부가 경로효친 사상을 고취했다. `기로연`을 열어 노인을 위한 잔치를 베풀었고, 나이가 높을 수록 더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늙은말의 지혜`라는 고사도 있지만, “늙을 노()라 쓰고 어질 인(仁)으로 읽는다”했고, 노인은 `인생경험의 보물창고`라는 인식도 있었다.

로마시대에는 늙은 얼굴(顔)을 숭배하는 풍조가 있었다. “늙은 얼굴이야 말로 오랜 경륜과 지혜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대머리에 주름투성이, 양 볼이 푹 꺼지고, 눈꼬리가 쳐져내리고, 눈밑에 주머니가 큼직하게 달리고,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힌 얼굴을 가진 조각상이 많이 만들어졌고, 노인이 세상을 떠나면 그 얼굴을 밀랍이나 석고로 본을 떠서 보관하는 가문이 많았다. 그 `데드 마스크`들을 모아서 초상이 났을때 전시를 했다. “우리 가문이 이 정도 된다”는 것을 남들에 자랑하고, 후손들에게는 “위대한 조상을 욕되게 할 짓을 하지 말라” 훈계로 삼았다. 로마시대에는`원로원`이 존경받았고, 이슬람에서도`원로회의`가 입법·행정·사법권을 쥔 최고 통치기구로 존속한다.

2050년도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는 나라가 한국, 일본, 홍콩 등이라 한다.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시대다. 경제전문가들은 그때문에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저성장이 고착화 될 것이라 한다. 그런데 미국 밀켄 경제연구소가 `고령화가 위기인가, 기회인가`란 책을 펴냈다. 고령화가 불가피하다면, 노인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를 이야기하지 말고, 노인이 세상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를 연구하자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87세에 전설적 투자가가 됐고,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은 70대에 `탁월한 국제분쟁 해결사`가 됐다. 영화 `인턴`은 70대가 30대를 도와 회사를 성공시킨 이야기다. 노인 인력 활용이 고령화시대의 과제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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