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꾼이란 것이 있다. “뺨따귀 맞아 가며 훈수한다”는 말도 있지만 사람에게는 `훈수DNA`가 있는 모양이다. 훈수꾼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식이어서 바둑에 져도 책임이 돌아오지 않는다. 경주 왕경 발굴 복원 정비사업을 놓고 지금 훈수꾼들이 한 마디씩 쏟아낸다.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갈 지경이다. “너무 급하게 졸속으로 하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중지하라”고 충고한다. `가다가 중지 곧하라`는 것이다. 그 말대로 지금 중지했다가는 “애당초 계획성 없이 국책사업을 시작해서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또 쏟아낼 사람들이다.
신라문화권, 백제문화권, 고구려문화권, 가야문화권은 제각각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경주시 산하에 있는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나 재단법인 계림문화재연구원은 오랜 경륜을 쌓은 `신라문화 전문기관`이다. 이들이 신라왕경 사업을 맡는 것은 당연한데, 비난꾼들은 “콘트롤타워가 없다”고 한다. `문화재 행정의 지방자치`에 대한 개념이 없는 탓이다.
문화재 발굴 복원사업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찔끔예산에 찔끔진행`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경주왕경 복원은 `집중예산 집중진행`방식이다. 박근혜정부가 아니면 어떤 정권도 이렇게 하지 못한다. 백년하청, 일본이 그런식으로 하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하는데 법에 의해 세워진 예산 모두 반납하고, `하다가 중지 곧하자`는 말인가. 자문위원들 중에 `세계유산` 관련 전문가가 많이 포진돼 있으니, `등재 취소 우려`는 붙잡아 매두는 것이 좋겠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