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태 문화평론가·대구가톨릭대 산학교수

안동시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안동 아리예술단(대표 김나영)이 주관하는 융복합한국전통창작춤극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이 지난 27일과 28일 이틀간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에서 막을 올렸다.

1998년 안동의 한 양반댁 자손 이응태의 무덤을 이장하던 중 발견된 썩지 않은 유품 중에는 사랑하는 남편에 대한 아내 원이엄마의 애끓는 사랑의 편지 그리고 머리카락과 삼으로 엮은 미투리 등이 450년의 세월을 넘어 썩지도 않은 채 발견되었다.

특히 원이엄마가 자필로 쓴 한글 편지는 불과 31살에 죽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이별에 대한 아픔이 절절히 묻어 있어 실로 감동적이었다. 이에 많은 예술가들이 원이엄마를 소재로 한 작품을 산출하였다. 소설 `능소화`가 있었고 이를 원작으로 한 오페라 `원이엄마`가 무대에 올랐다. 또한 적어도 3가지 버전의 뮤지컬도 있었다.

그러나 안동 아리예술단의 전통창작춤극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은 원이엄마를 소재로 한 예술 중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종결판이고, 한국 전통무용극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원이엄마 모티브는 감동적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너무 간단하다. 그래서 스토리를 극화하는 일, 특히 공연작품으로 무대에 올리기에는 쉽지 않은 과정을 넘어서야 한다. 먼저 스토리 구성의 적합성과 자연스러운 전개가 바로 그것이다. 앞선 오페라와 뮤지컬들은 원이엄마의 순수한 사랑을 벗어나는 지나치게 비약적인 스토리가 없지 않았다. 물론 각각 다른 장르 고유의 장점이 있겠지만, 원이 엄마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표현함에는 순수한 몸짓의 무용극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의미에서 2010년 정숙희 교수의 무용극 `원이엄마`가 그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고, 관객들에게는 원이엄마 편지의 사본까지 제공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1부에서는 정숙희무용단의 오고무와 중국잉츠무용단의 무용이 소개되었고, 2부에 들어서야 무용극 원이엄마가 무대에 올랐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원이엄마 무용극의 완성판은 안동 아리예술단의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점은 예술총감독 김사라 교수가 쓴 대본에 있다. 서곡부터 시작하여 제1장 신들의 게임부터 제10부 생명의 빛에 이르기까지 그 구성이 탄탄하고 군더더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충분한 의식이 있고 극의 전개가 매우 자연스럽다. 무엇보다도 `원이엄마의 사랑`이라는 포커스를 놓치지 않고 있다. 종교철학박사 학위와 여러 편의 소설을 발간한 그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았으리라. 그 다음으로 김나영 단장의 안무와 연출이 대단히 유려하고 세련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허샘(원이엄마 역)과 최석민(이응태 역)을 비롯한 잘 생기고 능숙한 무용수들이 안정되게 잘 표현하였고, 독무와 2인무와 군무는 하나하나 신선하고 적절히 잘 배정되어 있었다. 음악과 분장과 영상과 조명 그리고 부채 등의 소품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모든 요소가 잘 받쳐주었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의상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고, 매 장마다 약간씩 변화된 무대장치도 극의 효과를 잘 부여하면서도 경제적인 모습이었다.

각 장을 시작할 때마다 간단한 해설이 자막으로 비쳐져 극의 이해를 더욱 용이하게 해 주었다. 그래서 관객들은 1시간반의 공연에 몰입될 수 있었고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프로그램북 역시 적당한 정보와 함께 깔끔하였는데,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의 번역문도 게재되어 이 작품이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확신을 더 해 주었다.

우선 전국 각지 투어부터 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