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감을 놓고 전문가들은 E씨가 적격이라고 봤다. 행시출신으로 국제금융에 밝고 당시 국제기구에 파견나가 실무경험도 쌓았기 때문. 그러나 최종 결정은 전혀 뜻밖이었다. 홍기택. 실무경험이 전혀 없는 대학교수였고, 그런 사람이 산업은행 총재 자리에 앉은 것도 과분한데 다시 AIIB 부총재까지? 경제부처 관료들은 속이 뒤집어졌다. 행정고시 성적 우수자들만 가는 부처여서 자존심이 대단한 관리들인데, 실무를 전혀 모르는 백면서생에게 요직을 뺏겼다.

AIIB 투자담당 부총재는 기구 전체의 자산을 운용하는 자리다. 진리췬 AIIB 총재가 한국에 왔다. 홍기택 부총재 후보를 면접했다. 그 후 `한국 몫 부총재` 보직은 `리스크 관리 담당`으로 바뀌었다. 사실상 국장급으로 강등된 것. 홍의 능력으로는 그 자리 이상은 안 되겠다는 것이 진리췬 총재의 판단이었다.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고 얻은 부총재 자리인데, 인선 한 번 잘못으로 강등이란 나라망신을 당했다. 국제금융은 엘리트 중 엘리트가 맡는다. 세종대왕이 장원급제자만으로 집현전을 채웠던 것처럼, 국제금융은 행시 수석 합격자들이 주로 담당한다. 대학강의 수준의 이론은 별 소용 없고 오랜 실무경험에 의한 `신속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업무다.

`그릇`이 `자리`에 맞지 않으면 그 자리가 재앙을 낳는다. 홍은 현재 AIIB 부총재직에서 휴직계를 내고 해외로 떠돌고 있는데, `서별관 회의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돼 국회 증언대에 설 처지가 됐다. `청와대의 인사 실패`는 또 있다. 기상청은 오랜 경륜을 가진 전문직들로 짜여져야 하는데, 기상청장에 기상전문가가 아닌 행정직들이 차고 앉았다. 이들은 예보관들의 어려움과 애환을 체험해본 적이 없고 `전시행정·곁가지 행정`에 치중하고, 기상예보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고도의 전문지식과 오랜 경륜이 필요한 자리에 비전문가들이 앉아 있으니, “기상예보를 믿지 않은 지 오래다. 기상통보를 보는 것은 예쁜 아가씨들이 나오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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