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통일정책이 통일을 위한 중·장기적 정책이라면 대북정책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단기적 통일 정책이다. 대북 정책에는 강경정책인 봉쇄정책과 온건정책인 교류협력정책이 있다. 전자는 일종의 대북 압박정책이고, 후자는 포용정책, 햇빛정책이라고 불리고 있다. 해방과 분단이후 역대 정부에서는 강경정책의 기조가 유지되다가 문민정부 이후 대북 포용정책이 채택되었다.

이명박 정부에 이은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의 기조를 온건정책에서 다시 강경정책으로 전환하였다.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에로의 교체 과정에서 대북 정책의 ` 잃어버린 10년`과 `퍼주기 논쟁`은 상당한 유권자의 지지를 획득하였다. 박근혜 정부도 초기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표방하였다. 한동안 `통일 대박론`은 국민들의 통일의 열망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결국 대북 온건정책을 포기하고 대북 강경정책으로 회귀하였다. 물론 북한 당국의 무모한 휴전선 도발, 4차 핵실험, 미사일 시험 발사가 크게 작용한 결과이다.

정부는 현재 동원할 수 있는 강경정책을 모두 동원하여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유엔과 미국과 협력하여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까지 폐쇄하였다. 간헐적으로 이어지던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은 전면 중단되어 버렸다. 한미 방위 조약과 한·미·일의 안보 협력체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방어용 사드는 전격적으로 배치 장소가 결정되지 않고 여론은 분열되고 을지훈련 등 한미 군사훈련은 재개되었다. 정부의 이러한 대북 강경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정책의 변화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정부의 이러한 강경정책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데 근본 목적이 있다. 나아가 북한 당국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고 북한 체제를 `정상국가`로 유도하려는 데에도 목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압박 정책이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기대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은 오히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며칠 전 그들은 수중 탄도 미사일(SLBM) 을 발사하였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대결은 북·중·러의 역삼각 협력 체제가 구축되고, 한·미·일의 삼각체제가 강화되어 대립하는 형국이다. 이로 인한 동북아와 한반도에는 신 냉전 기류가 흐르고 북·중 관계는 더욱 결속되고 있다.

대북 압박정책과 제재정책은 북한의 외교적 입지를 많이 위축시킨 것은 사실이다. 북한 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과 태영호 영사 등 북한 고위급 외교관의 탈북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우리의 대북 강경정책의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대북 압박이 북한의 내치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북한 권력층 내부의 분열과 갈등은 여전히 표출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 김정은은 남북 긴장관계를 빌미로 자신의 정치적 위상만 강화시켰다. 그는 노동당 당위원장과 국무원 위원장 자리에 등극하면서 자신의 친정체제를 더욱 강화시켰다. 여기에 더욱 정밀하고 더 강한 제재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정권은 돌발 변수가 없는 한 `관성의 법칙`에 따라 그대로 갈 수 밖에 없다. 모두 대북 강경정책의 한계이다.

결국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만이 능사는 아니다. 남북관계의 현실적 위기 국면을 벗어나면 이제 남북문제를 대화로 풀어가는 이중전략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사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보수 정권의 남북관계의 단절과 냉각을 `다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북 정책에는 강경과 온건, 압박과 대화라는 투 트랙 전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과거의 포용정책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 합리적 정책이라는 시각에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이것은 독일 통일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가장 큰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