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필자가 한국에 돌아온 지 한 달가량 된다. 한국에 돌아온 것을 실감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텔레마케팅 전화이다.

가장 자주 걸려오는 텔레마케팅 전화는 통신사의 고객만족센터라면서 걸려오는 전화이다. 대부분의 전화는 스마트폰을 새 것으로 저렴하게 교체하라는 것이다. 한국은 통신사에서 모바일 폰을 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새 걸로 바꾸게 되면 통신사도 바꾸게 된다. 또한 모바일 폰의 할부와 약정 할인 등의 복잡한 설계를 통해서, 한 번 사면 최소한 2년은 쓰게 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신규 고객 유치나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서 모바일 폰 구매를 권유하는 텔레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2년 약정에 3년 폰 할부로 계약했다. 원래 계약대로라면 올해 1월 달로 2년 약정기간이 끝났다. 그래서인지 현재 가입 중인 통신사의 고객만족센터라면서 새로운 스마트 폰으로 바꾸라고 권유하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온다. 처음에는 텔레마케터의 안내를 좀 들었지만, 지금은 전화기의 약정기간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말없이 다짜고짜 전화를 끊어버린다. 이런 식의 전화를 한두 번도 아니고 자꾸 받다보면 정말 너무 짜증스럽다. 더구나 뭔가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할 때 이런 식의 전화를 받고 나면 정말 화가 난다.

한 번은 참다못해서 이용 중인 통신사의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다. 상담원은 그런 식의 마케팅 전화는 대리점 쪽에서 하는 것이라서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약정 기간이 끝난 것은 어떻게 대리점 쪽에서 아냐고 필자가 물었더니, 그것은 본사에서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나중에 좀 더 직급이 높은 사람이라면서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다시 왔다. 필자의 가입정보를 조회한 이력이 회사의 전산 기록에서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대리점에서 마케팅 전화를 걸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본사에서는 대리점이 마케팅 전화를 걸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고 했다.

결론은 걸려오는 마케팅 전화는 수신인이 알아서 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내원은 스팸 방지 어플을 모바일 폰에 설치하라고 충고한다. 좀 비약해서 말하자면, 길을 가다가 누군가에게 맞아도 그것은 본인이 방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맞은 것이니까, 맞은 것은 맞은 사람 책임이라는 식이다. 이런 논리는 인터넷 뱅킹을 할 때 사용자의 컴퓨터에 무수히 많은 보안프로그램을 깔게 하는 것과 동일하다. 사용자가 컴퓨터 보안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인터넷 뱅킹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필자가 보스턴에 있을 때 텔레마케팅 전화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만큼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전화도 오지 않았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통신사를 통해서 모바일 폰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화기를 먼저 구입한 다음에 개통하는 경우도 많다. 분명 통신사간의 고객 유치 경쟁은 있을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심하게 텔레마케팅을 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한국은 이동통신사 간의 고객 유치 경쟁이 매우 심한 것 같다. 통신사의 고객센터 쪽에서는 대리점에서 자체로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필자의 약정기간이 끝난 것은 어떻게 안 것일까? 그냥 마케팅 멘트로 일단 던지고 보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좋게 생각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인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생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인터넷 가입`을 권유하는 텔레마케팅 전화가 걸려왔다. 현재 한국은 인터넷, 이동통신, 그리고 집 전화 서비스를 모두 서너 개의 통신사에서 하고 있다. 모바일 폰을 갖고 있다면 누구나 이런 식의 마케팅 전화 테러를 이동통신 관련 업체로부터 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걸었는지 확인도 안 되고 오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 마치 유령과 싸우는 느낌이다. 필자가 능력이 된다면, 텔레마케팅 금지법이라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