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가 동양세계에서 유일한 선진국으로 본 나라는 일본 뿐이었다. 한국은 멍청한 나라였다. 중국의 속국이었다가 일본에 합방됐다가, 독립은 됐으나 곧 분단으로 이어져 6·25를 치렀던 가난하고 불쌍한 나라로 기억할 뿐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도 “과욕이다”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때도 “한국이 그 새 그렇게 컸나” 반신반의했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전진기지` 혹은 `무기수입국`으로서의 한국을 볼뿐이었다.

2002년 무렵은 한 일관계에 훈풍이 불 때였다. `겨울연가`가 1회당 20만 달러대에 일본에 팔렸고, 2012년에는 `사랑비`를 회당 30만 달러에 사갔다. 욘사마열풍으로 일본 관광객이 남이섬을 관광명소로 만들었고 관광진흥의 발판을 굳혔다. 가수 보아는 2001년 일본 가요계에 데뷔해 맹활약을 펼쳤고, 그 10년후에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등이 일본열도에 한류열풍을 일으켰다. 그 무렵 유럽 젊은이들은 일본연예잡지를 보면서 거기 실린 한국 TV극과 K-POP을 알게됐고, 2011년 4월 파리에서 유럽 처음으로 K-POP공연이 열리게 됐다.

우리 TV극 `태양의 후예`가 식어가던 한류에 불을 붙였다. 일본은 자기들을 `태양족`이라 여기면서 까마귀를 `태양의 심부름꾼`이라 한다. 그러니 `태양의 후예`라는 제목부터 마음에 들고, 회당 10만 달러에 선(先)매매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대륙을 열광시킨 것은 중국 국기가 별 5개로 된 `5성홍기`여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 `태양의 후예`도 중국에서 우리와 동시상영을 하고 있다. `위안부문제`나 `THAAD문제`로 마찰하지 않는 한 한류는 두 거대시장에서 호황을 구가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8개국에 `K-POP 아카데미`를 설치해서 한류발전소로 삼을 계획이다. 한국의 드라마·영화·한식, 그리고 보컬·댄스·경연 등을 전파할 전진기지가 된다. 한국과 갈등관계가 없는 나라들에 퍼져나가는 한류는 정치적 이유로 냉·온탕을 돌아다닐 이유가 없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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