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세실리아

사경을 헤맨 지 보름 만에

중환자실에서 회복실로 옮기던 날

효도한답시고 특실로 모셨다

- 아따 좋다이 근디 겁나게 비쌀 턴디

- 돈 생각 말고 푹 쉬어

- 후딱 짐 싸라 일반실로 내려가게

- 근천 그만 떨어 누가 엄마한테 돈 내래? 뜬눈으로 간병한 사람은 안중에도 없지? 늙으면 남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만 안다더니 틀린 말 아니네

설득하고 대꾸하고 통사정하다가

풀죽은 넋두리에 벼락 맞은 듯 기겁해

황급히 입원 도구를 꾸렸다

- 아가 독방은 고독해서 못써야 통로 끝집 해남댁이 베란다서 떨어진 것도 다 그 때문 아니것냐

이 땅 어느 병원 병실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본다. 병든 어머니를 1인실에 모시고 싶은 딸의 심정을 어머니가 어찌 모르겠는가. 어머니는 딸이 짐져야하는 비싼 병원비 걱정에 일반실로 옮기자고 고집한다. 독방에 갇혀서 느끼는 적막감이 두려운 어머니 심정을 뒤늦게 깨달은 시인은 화들짝 놀라 짐을 꾸리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