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 숙

낭창낭창 살랑이는 바람 같던 스물셋, 선 봐서 만난 슈퍼총각 좋아 슈퍼 안으로 들어갔어

그녀는 이제 슈퍼아줌마 그녀를 데려가던 날도 슈퍼 문 열었던 아저씨 당최 문 닫는 일 없어

비 오고 눈 와도 명절에도 아이 둘 낳을 때도 그런 일은 없어 아줌마는 아파트와 슈퍼 사이만 왔다갔다 시부모 수발들고 참새처럼 드나드는 시누 가족 밥해주고 아들 딸 키우느라 슈퍼 통로만 오락가락 미치게 바람 불어도 네모진 카운터 앞에 전화기만 붙들고 앉아있어

행복슈퍼에는 정말 행복이 있을까. 행복슈퍼에는 행복을 파는 걸까. 행복슈퍼 안주인의 얘기를 건네면서 시인은 행복이 어디에 있으며 무얼까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보겠다는 꿈을 안고 슈퍼 총각에게 시집와서 아이 둘 낳고 시부모 수발들며 평범한 슈퍼 아줌마로 살아가는 그녀에게는 그녀가 꿈꾸던 건사한 행복은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자족하면서 건너는 행복한 인생의 길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