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승 민

눈이 날린다

날리는 눈들은

수많은 인간 군상처럼

군무로 뒤섞여

허공을 떠돈다

서로가 서로를 만나고

헤어지고 갈등한다

더러는 남의 등에

짐이 되기도 한다

난데없는 곳에 내려

다소 의아해 한다

그렇게 하얗게 새하얗게

세상을 떠돌다

마침내 땅에 내려앉는다

녹아 죽는다

제 몸만큼만 맑고 투명한

눈물 조금 남기고

허공에 군무를 추며 날리는 눈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에는 세상을 뜨겁게 살다 가는 인생의 이야기가 보인다. 어떤 인생은 만나고 헤어지고 갈등하는 일에 매여 살다 가고, 어떤 사람들은 남의 짐이 되어 살다 가기도 하고. 뜻하지 않는 일들에 휘둘려 의아한 한 생을 살다 가는 뜬금없는 인생도 있다는 것을 시인은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