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배

물결 위에 떨어진 꽃잎 몇 장이

머물던 자리를 올려다보고 있다

기다리던 것이 열매만은 아니라서

저 태연한 관망

물가의 시간은 그래서 아름답다

(중략)

지상의 어떤 통화도 끊은 채

새우의 휘어진 등 고립의 바늘을 꿴다

(중략)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싶은 4월의 밤은

물살 위 떠 있는 노란 꽃잎에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눈빛 하나

희망인 양 슬며시 얹어준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자연에서의 사소한 일들에도 시인의 눈은 거기에 머문다. 물결 위에 떨어진 꽃잎이 제가 머물던 자리를 올려다본다고 표현한 시인의 마음이 따스하기 그지없다. 소멸에 대한 순응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내는 자연 앞에서 시인의 심미안은 거기에 머물며 함께하고 있음을 본다. 곱고 아름다운 심성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