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구 찬

비 오는 날

그곳에 가면

빗방울은 모두

연잎이 되고

비오는 날

그곳에 가면

빗물은 나보다

더 크게 울고

묻혀 있는 설움이 많을수록

꽃은 더 아름다웠다

경주 남산 자락의 서출지는 고운 연꽃 연못으로 알려진 곳으로 그윽한 서사를 품고 있는 곳이다. 시인은 그 서출지 연꽃을 바라보며 살면서 가슴 속 사무친 설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깊은 수렁에 뿌리를 내리고 그 캄캄하고 답답하고 수렁의 절망 혹은 어둠을 딛고 피워올리는 고운 연꽃을 얘기하면서 생의 중요한 진리 하나를 깨닫고 있는 것이다. 설움과 절망이 깊을수록 인생의 꽃도 더 처연하고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