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현 형

파도가 높습니다 바다는 제 살점을 아프게 갈라 끊임없이 무언가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바위를 넘어서고 수평선을 넘어서고 제 그림자를 넘어서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 위해 오직 부서지기 위해 수백 수천 마일을 맨발로 치달려 오고 있습니다(….) 몸뚱아리를 가졌다는 장애를 넘어서서 무우수 혹은 무심의 나무가 되기도 하겠지요 나로서는 살점을 아프게 떼내야 한다는 사실만이 심각한 장애로 근심거리로 다가옵니다만



`무우수`라는 나무는 근심이 없는 나무라는 뜻이다. 시인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무욕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 이 나무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제 살점을 아프게 갈라가면서 오직 부서지기 위해 수백 수천 마일을 치달려오는 파도를 대하면서 시인은 소유와 헛된 욕망으로 좁은 생의 테두리를 빙빙 돌고 있는 자신의 삶의 자세를 질책하고 있음을 본다. 욕심을 버리고 단순하고 작은 것이지만 거기서 생의 의미를 찾아가겠다는 결기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