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민 호

남산 뜬바위(浮石) 아래

붉은 꽃이 만발하고

꽃이 피는 봄날에는

운애가 자욱하다

바위에 바위가 얹혀 소통하는 명주

올 하나

하늘에는 구름 꽃

온 산엔 진달래 천지

바위마다 새겨진 부처

마애불이 졸고 있다

그 시대 그리움 남아 역사 속에 함께

산다

이 시린 겨울이 가고 나면 봄바람따라 온 산천에 진달래꽃이 피어날 것이다. 경주 남산을 오르다보면 바위에 새겨진 수많은 마애불들과 마주하게 된다. 봄이 오면 남산도 진달래 천지가 된다. 경주의 원로 시인인 정민호 시인의 눈에는, 아니 그의 가슴에는 신라 천년의 시간들이 살아있고 지천으로 피어오른 참꽃더미에서 시간을 초월한 역사의 고운 빛깔과 향기를 느끼고 있음을 본다.

<시인>